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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 VS 고평가…‘매출 0원’ 바이오사 ‘피어그룹’ 선정 논란

등록 2021-08-01 오후 3: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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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가 영향→'고평가' 논란으로, 가이드라인 없어
    SD바이오센서·SK바사 등 적정성 논란 휩싸여
    기술특례 큐라클·바이젠셀도 상위 제약사와 비교
    "신약개발 성공확률 0.01%…할인율 30%으론 부족"
    해외도 공모가 산정 자율성 보장, 시장 평가 더 냉철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카카오뱅크가 쏘아올린 ‘비교기업(피어그룹) 적정성’ 논란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심심찮게 불거지던 사안이다. 최근 바이오 업체들은 신약 성공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국내외 상위회사들과 비교 후 공모가를 산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탄탄한 기업들과의 비교이다 보니 공모가 산정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미래가치 반영이냐, 고평가냐를 두고 여론이 분분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피어그룹 선정 기준은


공모가 산정의 주요 기준이 되는 피어그룹 선정은 자율이다. 그러나 체급 차이가 큰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흥행하려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적정 공모가를 산정해야 해서다. 주관사가 자체적으로 세분화한 단계를 밟아 피어그룹을 선정하는 배경이다.

예컨대 지난달 상장한 혈관질환 치료제 업체 큐라클(365270)은 피어그룹으로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를 선정했다. ‘표준산업분류상 업종의 동일·유사성(192곳)→작년에 이어 올 1분기 이익을 내는 등 재무 비교 가능성(73곳)→글로벌 임상 1상 이상의 파이프라인 보유 등 사업 유사성(12곳)→1년 내 경영상의 변동이 없는 기업 등 비재무적 요인(3곳)’ 순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이후 주관사는 피어그룹 3곳의 PER를 활용해 큐라클 공모가를 산정했다. 평가 세부기준은 다르지만 올해 상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이달 상장을 앞둔 면역세포치료제 업체 바이젠셀도 이 과정을 거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피어그룹은 공모가 선정에 중요한 기준”이라며 “탄탄한 회사가 기준이 돼야 좋은 평가를 받을 개연성이 커진다”고 했다.

‘매출 0원’ 비교대상이 ‘국내 1위’

이 탓에 피어그룹 적정성 논란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상장한 진단키트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는 국내 기업 씨젠, 미국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퍼킨엘머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가 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국내 기업 3곳(휴마시스·랩지노믹스·바이오니아)을 추가했고 PER은 19.09배에서 14.64배로 낮아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공모가 산정 당시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본격화하기 전이었음에도 국내외 1~2위 CMO·CDMO 업체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피어그룹으로 내세웠다. CMO 업체는 신약개발 업체보다 연구개발 비용이 적어 수익성이 높다. 여기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이후에도 CMO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할지 불확실해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나온 것이다.

기술특례 상장을 하는 바이오 회사들도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다. 큐라클과 바이젠셀은 현재 매출 0원에 적자이지만 피어그룹으론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등 탄탄한 실적을 내는 국내 상위 제약사를 제시했다. 선정기준에 ‘작년·올 1분기 영업이익 및 순이익 시현’을 넣어 정작 현 재무상황이 유사한 기업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회사는 좋은 평가를 받기 원하고 주관사도 수수료 수익이 많으면 좋다”며 “큰 틀에서 양측이 원하는 방향성은 같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한 투자자문사 대표도 “한미약품 기술 이전을 시작으로 국내 바이오 투자 심리가 크게 올라갔다. 이후 고령화, 코로나 등이 더해지면서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라는 인식에 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평가 보완 필요” 지적 나와

바이오 업체들의 피어그룹 선정 과정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선 투자자문사 대표는 “기업평가는 미래가치 기반이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며 “바이오 산업에 낀 버블이 꺼질 우려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기업들과 비교해 가치를 산정하는 지금의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주관사들도 세분화한 평가 절차 외에 약사, 제약사 출신 연구원을 영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평가하기란 어렵다. 주관사들도 한계점으로 ‘평가자의 자의성’을 명시한다. 또 공모가 산정에서의 자율성은 미국 등 해외에서도 나타나지만 이들은 오랜 바이오 산업 역사를 기반으로 시장 평가가 더 냉철하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청한 투자론 담당 한 교수는 “신약 성공 확률은 0.01%에 불과한데 지금 바이오 업체들의 공모가에는 ‘신약개발 실패’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돼있지 않다”며 “공모가에 할인율 30%가 아닌 낮은 신약개발 확률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오 기업들은 보여준 게 없고 무엇을 보여줄지도 불확실하다”며 “할인율을 적용해도 오랜기간 경쟁에서 살아남은 전통 제약사를 비교대상에 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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