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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임상 간소화’에…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 바뀔까

등록 2026-06-09 오전 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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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임상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개발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임상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만큼 효율성 제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신뢰 확보 등을 이유로 기존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지=챗GPT)
    임상 3상 의존도 낮추는 글로벌 규제기관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의 바이오시밀러 ‘CT-P55’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임상 대상자는 기존 375명에서 153명으로 약 59% 감소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도 올해 2월 동일한 IND 변경 승인을 받았었다.

    셀트리온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 ‘CT-P51’도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국 임상 3상 IND 변경 승인을 받으며 임상 대상자 수를 606명에서 220명으로 63.7% 줄였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임상 규모를 연이어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임상 규제 환경 변화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고도로 유사하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약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는 제네릭(복제약)과 비슷하다. 다만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생산되는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전히 동일한 복제약을 만들 수는 없어 제네릭보다 복잡한 임상시험과 승인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높은 개발 비용과 긴 개발 기간이 바이오시밀러시장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규제기관들은 최근 임상 3상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실제 FDA가 승인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지난해 10월 기준 76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네릭 의약품은 3만개 이상에 달했다.

    승인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고 있음에도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20% 미만에 머물면서 의료비 절감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국내외 바이오시밀러 개발 간소화 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선 FDA는 지난해 10월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비교 임상 효능시험(CES)을 면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가이던스 초안을 공개했다. 사실상 CES가 통상 임상 3상에서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상 3상을 간소화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FDA는 CES가 통상 1~3년 정도 소요되고 평균 2400만달러(약 363억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비임상 단계에서 이뤄지는 비교 분석 평가(CAA)나 임상 1상에서 주로 이뤄지는 약동학(PK) 평가보다 제품 간 차이를 검출하는 민감도(sensitivity) 수준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 간소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 FDA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전환처방(스위칭) 할 수 있다는 바이오시밀러의 상호교환성(Interchangebility)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하던 스위칭 시험(switching study)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시험이 개발을 지연시키고 바이오시밀러 안전성에 대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발표한 추가 가이던스에서는 과학적으로 타정당성이 인정된 경우 PK 평가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와 미국 기준 제품, 해외 비교 제품을 비교하는 ‘3자 PK 시험’도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IND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신속 IND 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유럽 역시 미국과 유사한 방향으로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올해 3월 채택한 문서에서 작용기전이 명확하고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은 CES가 원칙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비교 임상 PK 연구는 여전히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필수 요소로 제시했다.

    캐나다 보건부(헬스캐나다·Health Canada)도 지난달 바이오시밀러 지침을 개정해 CES를 면제(사실상 임상 3상 면제)하는 대신 CAA와 PK 평가를 바이오유사성 입증의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식약처는 최근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방안을 통해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기술 의료기기 등에 대해 허가·심사 소요 기간을 기존 420일 수준에서 240일 수준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임상 3상 간소화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 비용 절감 기대…경쟁 구도는 변수

    바이오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실질적인 개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정비 부담 때문에 임상 대상자 감소율에 정비례하게 비용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개발 효율성 개선 효과는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PK 시험 효율화만으로도 전체 임상 비용을 최대 2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임상 3상 간소화·면제 혜택까지 적용되면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만일 FDA가 임상 간소화 1건당 평균 절감 가능 비용으로 제시한 2400만달러(약 368억원)를 단순히 적용해 보자. 셀트리온이 현재 임상 진행 중인 △CT-P53(오크레부스 바이오시밀러) △CT-P55(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 △CT-P51(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44(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 △CT-P52(탈츠 바이오시밀러) 등 5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에서만 1억2000만달러(약 1818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시장 내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라며 “절감된 비용은 후속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바이오시밀러 시장 보고서를 통해 미국 시장 기준 약 2억2500만달러(약 3400억원)의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임상 기간도 최대 1~2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모든 기업이 임상 규모 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의 임상 3상 대상자를 555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임상 대상자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임상 종료가 예정된 만큼 별도 변경 없이 기존 전략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업화 과정에서 의료진의 신뢰 확보 등이 중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량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더 풍부한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라며 “규제 완화 추세에 따라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 전략은 추가적으로 검토하되 시장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 간소화에 적극 나서기에 앞서 기업 간 경쟁 구도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임상 장벽이 낮아질 경우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이 쉬워지는 만큼 기업들이 경쟁사들의 비용 절감 효과와 개발 전략 변화 등을 자세히 살피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비용 절감 효과와 동시에 경쟁사 증가라는 부담도 생기는 만큼 업계 전반이 규제 완화의 실제 효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증권업계에서는 (임상 간소화 기조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집중 거론하고 있지만, 오히려 중소형 기업들의 수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도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현행 패러다임에서 진입장벽이 더 높은 소규모 바이오기업에 특히 중요하며 현재 중국과 호주에서 초기 전임상 및 1상 활동 증가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외에도 △에이프로젠(007460) △알테오젠(196170) △아미코젠(092040) △이수앱지스(086890) △팬젠(222110)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