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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위기 넘긴 동성제약 ‘오너 3세’ 나원균 대표 “회생 통해 경영 정상화”[화제의 바이오人]

등록 2025-09-14 오전 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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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주총서 대표 해임안 부결…최대주주 측 이사 4인 신규 선임
    대표이사·사내이사·법정관리인 지위 유지…최종 의사결정권자
    창업주 외손자이자 오너 3세, 대표 취임 반년 만에 경영권 분쟁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민 지사제(설사 완화제) ‘정로환’과 모발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한 68년 역사의 동성제약(002210)이 운명의 갈림길에서 나원균 대표를 선택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오클라우드호텔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브랜드리팩터링이 상정한 대표이사 해임안은 결국 부결됐다. 나 대표는 법정관리인 지위뿐 아니라 대표이사직, 사내이사직을 모두 유지하며 경영권을 지켰고, 회생 절차와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이사 (사진=동성제약)
나 대표는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외손자이자 오너 3세다. 미국 에모리대에서 응용수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고, 귀국 후 한국주택공사에서 근무하며 공공부문 행정 경험도 쌓았다. 그는 2019년 동성제약에 입사해 국제전략실을 총괄하며 해외 사업 매출을 5년간 약 2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2022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2024년 4월 부사장,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나 대표는 불법 리베이트 재판에 휘말린 이양구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그만두면서 회사 분위기를 쇄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나 대표가 대표이사에 오른 지 불과 6개월 만에 외삼촌인 이 전 회장이 보유 지분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했다. 나 대표 측은 이 전 회장이 과거 맺은 ‘의결권 포기 약정 및 주식 양도 제한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이 전 회장 측은 현 경영진이 회생 절차를 악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려 한다고 맞섰다. 이 같은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됐고, 결국 브랜드리팩터링이 현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임시주총 소집을 추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주총은 극심한 혼란 속에 치러졌다. 오전 10시 개회 예정이었던 임시주총은 검표 지연으로 무려 일곱 차례 연기돼 오후 5시 10분에야 개회됐다. 결과적으로 특별결의 안건인 정관변경·이사 및 감사 해임은 모두 부결됐고, 이사 4인 신규 선임안만 가결됐다. 이로써 이사회는 브랜드리팩터링 4인, 현 경영진 3인의 4대3 구도로 재편됐다.

이날 나 대표는 임시주총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오전 8시45분경 호텔 로비에서 만난 나 대표는 주총 후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안을 올릴 가능성에 대해 묻자 확답은 피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봐달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우호 지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과 주총이나 주총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해임안이 가결되더라도 회생관리인 지위가 있는 이상 실질적인 경영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여유로 해석됐다.

회생관리인으로 선임된 나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광범위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경영진 해임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의 재산 관리·처분권, 업무 수행권을 전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자’ 지위에 있다. 따라서 추후 이사회가 열려 대표이사 해임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효력은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위가 동성제약의 회생계획 수립과 인가 전 M&A 추진 과정에서 나 대표에게 상당한 주도권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나 대표는 “앞으로도 회생법원의 기업회생 절차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 이행을 위한 경영정상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법원의 감독 하에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와 거래재개를 목표로,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나 대표가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환 소액주주 대표는 “법원에 이사회 소집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인가 전 M&A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감자나 소각이 현실화되면 주식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동성제약은 이양구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이 전 회장 측은 나 대표 등 현 경영진을 배임·횡령으로 맞고소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동성제약의 배임·횡령 공시 이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 약력

△1986년 서울 출생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 응용수학·경제학 복수전공

△한국주택공사 서울남부지사 4급(과장)

△2019년 동성제약 입사, 동성제약 국제전략실 총괄실장

△2022년 동성제약 사내이사 선임

△2024년 4월 동성제약 부사장 승진

△2024년 10월~현재 동성제약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