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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 속에 ‘칙’ 뿌렸는데…자살 생각 급감하게 한 ‘이것’[약통팔달]

등록 2025-10-07 오전 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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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한국의 자살률은 2024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8.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입니다. 2위인 리투아니아(2023년 기준, 18명)와의 격차도 큽니다.

    정교한 자살예방정책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우울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혁신적인 우울증 치료제로 고가의 의약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얀센의 ‘스프라바토 나잘 스프레이’(이하 ‘스프라바토’)입니다. 이 의약품은 지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같은 해 국내 출시됐습니다.

    한국얀센의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 ‘스프라바토 나잘 스프레이’ (사진=한국얀센)


    스프라바토는 특수설계된 일회용 비강 분무용기를 통해 콧 속의 혈류로 주성분인 에스케타민을 흡수시켜 환자에게 작용하게 되는데요. 에스케타민은 원래는 외과수술시 마취제로 사용되던 성분이지만, 뇌에서 글루타메이트(글루탐산, NMDA 수용체)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시냅스 연결을 향상시키고 우울증 및 스트레스로 인해 역기능적인 신경세포의 직접적인 회복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스프라바토는 흡입형으로 만들어져 흡수가 빠르므로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점이 이 약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보통 경구용 항우울제로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자살사고가 2~3주 후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프라바토는 투약한 지 약 4시간이면 치료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24시간만에 우울증상과 자살 충동성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다만 해리증상이나 혼동, 호흡 곤란이 나타날 수 있고 남용 위험 때문에 의료진이 있는 진료실에서 흡입하는 것만 가능하며 집에 가져갈 수 없습니다. 의료진도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실을 떠날 때까지 환자의 모습을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우울제로 허가받은 이 의약품은 지난해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긴 블록버스터 의약품입니다. 하지만 스프라바토 처방은 다른 항우울제에 비해 까다로운 편입니다.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반응하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와 같이 치료가 까다로운 난치성 우울증 환자들에게만 처방할 수 있는데요. 이는 전체 우울장애 환자의 약 3분의 1로 추정됩니다.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 우울증 환자에 비해 7배 많은 자살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의 항우울제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기분을 개선했다면 스프라바토는 글루타메이트 경로에 작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글루타메이트는 신경세포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들고 학습 및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그로 인해 기존 항우울제가 잘 듣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대안이 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많은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문턱이 높습니다.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 대부분은 급여가 적용되지만 스프라바토는 비급여 의약품이라 환자 부담 금액이 1회당 40만원에 달합니다. 이를 처방 초기 환자의 1주일 치료 비용으로 환산하면 160만원이 됩니다. 보통 약효가 나타나면 최소 6개월간 치료를 지속하게 돼 있는데 서서히 복용량을 줄이도록 돼 있음에도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스프라바토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