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오름테라퓨틱(475830)이 상장 2개월 만에 주요 파이프라인 ‘ORM-5029’의 임상시험을 자진 중단하자 이승주 대표에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무리하게 상장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임상 철회 자체는 빅파마들도 흔히 하는 일이다. 오히려 이에 대해 투명하게 알린 것은 잘 한 일”이라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오름테라퓨틱은 지난달 28일 유방암 치료제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오름테라퓨틱은 같은달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해당 임상의 자진취하신청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이 결정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명확한 위험-이익(risk-benefit) 프로파일을 갖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자사의 독자적 플랫폼 기반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에 오름테라퓨틱의 주가는 곤두박질치며 전일 대비 7650원(30%) 하락한 1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치는 등 하한가로 직행했다. 다음날 1440원(8.07%) 반등했지만 그 다음날에는 1210원(6.27%) 급락하는 등 오름테라퓨틱의 주가는 냉온탕을 오갔다. 지난 2일 오름테라퓨틱의 종가는 1만8200원으로 공모가(2만원)보다도 낮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름테라퓨틱은 바이오 기업공개(IPO) 대어로 손꼽히는 신약개발사였으며, 상장 이후인 지난 2월 21일에는 장 중 한 때 4만2250원까지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56.92%나 떨어진 상태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낮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고 있다.

ORM-5029은 IPO 중에도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보고되면서 신규 환자 모집이 중단되면서 임상이 보류됐던 신약후보물질이다. 이 때문에 오름테라퓨틱은 상장 절차를 밟으면서 ORM-5029는 기업가치 책정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상장 전 증권신고서에 임상개발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에 대해 고지해뒀다.

ORM-5029은 HER2 양성 유방암 2차 치료제 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이었으며, 오름테라퓨틱의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였다. 특히 ORM-5029이 다른 파이프라인과 같은 페이로드(약물)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플랫폼 기술의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DAC는 아직 개념 증명(PoC)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기술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DAC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표적 치료제로 오름테라퓨틱의 핵심 기술인 만큼,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다른 파이프라인은) ORM-5029와 항체와 링커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2023년 11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에 1억8000만달러(약 2400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ORM-6151’의 경우 항체와 링커를 아예 다르게 개발했기 때문에 이번 임상 중단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개발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 중단이나 철회에 대해 국내 바이오 투자자가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며 “투자 대비 수익률(ROI)에 따른 전략적 결정이라면 크게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상 중단한 물질이 BMS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과 같은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는 건 불안 요소지만 항체와 링커가 다르다면 다른 물질로 봐야 할 것”이라며 “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중단만으로 DAC 기술에 대해 평가하긴 어려운 시점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약력

△1974년 12월 8월 출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학사

△2003년UC버클리 생물리학 박사학위 취득

△2003~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 화학과 박사 후 과정 수료

△2005~2010년 LG생명과학 R&D 연구원

△2010~2013년 사노피 아시아태평양·한국 R&D 연구소장 이사

△2013~2016년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아시아 연구소장

△2016년 오름테라퓨틱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