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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공세 뚫고 10일 만에 美 FDA 복귀한 비나이 프라사드 박사[화제의 바이오人]

등록 2025-08-16 오전 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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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만에 FDA 백신·생물제제 분야 최고 책임자로 전격 복귀
    정치적 압박에도 복지부 장관, FDA 위원장의 지지로 재임명
    “프라사드 임기, FDA 독립성·규제 안전성 가늠할 계기 될 것”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지난 7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생물제품평가연구소(CBER) 국장에서 물러났던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 박사가 열흘 만에 복귀했다. 3개월 만에 사임했던 그가 재임명되자 이번 임기가 FDA의 의사결정 독립성을 가늠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 식품의약국(FDA)의 생물제품평가연구소(CBER) 국장 (사진=FDA)
혈액종양학 전문의이자 보건정책 연구자인 프라사드 박사는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교수 출신으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국립보건원(NIH)에서 근무했다. 그는 의료 근거주의(evidence-based medicine)와 규제 투명성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의 백신·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비판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프라사드 박사는 FDA CBER 국장으로 임명됐으나 7월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뒤센근이영양증(DMD) 유전자치료제 ‘엘레비디스’(Elevidys)에 대한 조치로 인해 책임론에 휩싸였다.

FDA는 지난 7월 18일 엘레비디스의 안전성 우려를 이유로 모든 출하를 자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승인된 엘레비디스 투여 후 진행성 DMD 10대 2명이 사망하고 사지대형 근이영양증(LGMD) 유전자치료 임상에서 보고된 3번째 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FDA는 같은 달 28일 입장을 바꿔 주요 환자군에 한해 출하 재개를 허용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왜 전면 중단 요청에서 부분 재개 허용으로 바뀌었는지를 둘러싸고 규제 절차의 일관성과 리더십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달 20일 극우 정치 활동가 로라 루머(Laura Loomer)가 블로그를 통해 프라사드 박사를 ‘진보 좌파 파괴자(progressive leftist saboteur)’라고 비난하는 등 정치적 공세도 있었다.

결국 프라사드 박사는 7월 30일 CBER 국장직에서 물러났다. 불과 3개월 남짓 재직하다 그만두자 FDA 내부에서는 과학적 판단이 정치적 압력에 밀렸다는 비판과 공공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라는 옹호론이 엇갈렸다.

사임 이후 열흘 만인 지난 9일 프라사드 박사가 다시 CBER 국장직으로 돌아온 데에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FDA 위원장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프라사드 박사가 지닌 전문성을 강조하며 백악관에 복귀 필요성을 강력하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사드 박사는 복귀 직후 “과학과 환자의 안전이 정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FDA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FDA에 대한 외부 정치 세력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의사결정 절차를 강화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업계에서는 그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루머는 프라사드 박사의 재임명에 대해 “터무니없는 결정”(egregious decision)이라고 반발했다.

프라사드 박사는 당분간 DMD 유전자 치료제의 가속 승인 여부, 차세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허가 심사, 희귀질환 치료제의 조건부 승인 정책 조율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백신 공급망과 규제 협력 확대, 바이오테러·전염병 대비 정책 개선 등이 그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그가 정치권 개입 논란 속에서 복귀한 만큼, 그의 재임 기간이 FDA의 독립성 수호와 과학 기반 정책 결정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나이 프라사드(Vinay Prasad) 박사 약력

△1982년 미시간 주 출생(인도계 미국인)

△2000년 미시간 주립대학교 학사

△2005년 시카고대학교 의학박사(MD)

△2007년 존스홉킨스대학교 공중보건학 석사(MPH)

△2008~2011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혈액종양학 펠로우

△2012~2020년 오리건 보건과학대학교(OHSU) 내과 조교수·부교수

△2020~2025년 4월 UCSF 의대 교수, 종양내과·보건정책 연구

△2025년 5월 6일 FDA 생물제품평가연구소(CBER) 국장 임명

△2025년 7월 30일 FDA CBER 국장직 사임

△2025년 8월 9일 FDA CBER 국장직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