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 K바이오 옥죄는 글로벌 제약사 특허전쟁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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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오젠의 입지를 뒤흔들고 있는 배경에는 포성이 울리기 시작한 ‘특허전쟁’이 자리한다. 포문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 미국 머크(MSD)가 먼저 열었다. MSD는 미국 바이오사 할로자임이 출원한 엠다제 특허에 대해 특허취소심판을 미국 특허청에 제기했다. 엠다제는 할로자임이 보유한 피하주사(SC) 제형 변경기술에 대한 특허를 연장하기 위해 출원한 일종의 변형기술이다.
MSD가 이 특허전쟁을 선도하게 된 것은 알테오젠(196170)의 기술을 자사 신약개발에 활용하고 있어서다. MSD는 알테오젠으로부터 기술도입한 SC 제형 변경기술을 적용한 블록버스터 신약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개발을 마무리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할로자임이 자사의 특허기술인 엠다제를 침해한 혐의로 알테오젠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할 경우 MSD도 엮이게 되어 있는 구조다. MSD로서는 향후 알테오젠의 기술을 적용한 키트루다의 상업화에 걸림돌이 될수 있는 할로자임의 특허권을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 직접 뛰어든 형국이다. 이에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사용된 SC제형 변경기술이 할로자임의 특허기술을 침해했을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특허전쟁을 예고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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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에는 국내 의료기기 벤처인 이오플로우(294090)가 미국 의료기기 기업 인슐렛이 제기한 미국특허소송에서 패소했다. 자사의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인슐렛의 주장을 재판부가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미국 법원은 이오플로우에게 4억5200만 달러(6486억원)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을 인슐렛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매출규모가 66억원에 불과한 이오플로우로서는 그야말로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게 된 처지다.
K바이오 백신강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글로벌 바이오기업 화이자와 십수년째 13가 폐렴구균 백신 등 특허를 두고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특허법원은 화이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13가 폐렴구균 백신 특허 침해소송 항소심에서 SK 승소를 판결한 바 있다. 이밖에 바이오시밀러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이 분야 글로벌 선발주자인 암젠, 얀센 등으로부터 수시로 특허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K바이오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대전은 10여년 전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남발한 특허소송을 연상케한다. 당시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에서 급속하게 성장세를 이어가자 이에 위협을 느낀 애플은 수십건의 특허소송으로 삼성을 고사시키려 했다.
K바이오를 겨냥한 글로벌 기업들의 잇단 특허소송도 맥락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려는 K바이오의 발목을 잡아 초기에 진압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견제 전략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K바이오의 위상과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메이저 제약사들에게 큰 위협이 될 만큼 급성장한 것으로도 볼수 있다.
K바이오 급성장세에 특허소송으로 제동을 걸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신약개발 초기부터 치밀한 특허전략을 수립, 이행하는 기업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이제는 선제적이고 포괄적인 특허전략은 K바이오 생존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정부도 대부분 특허 전문인력조차 갖추지 못한 K바이오 벤처들이 글로벌 바이오 특허전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체계적인 지원체제를 구축, 가동하는 게 시급하다.
류성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