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20여년 뚝심...바이오 소부장 국가대표 일궈낸 기업인"
등록 2025-01-16 오전 7:30:34
- 바이오 소부장 대명사,마이크로디지탈 김경남 대표
소부장 단어조차 없던 20여년전 바이오 벤처 창업
1회용 세포배양 시스템, 바이오 기기 등 국산화 성공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에 바이오 장비 공급
미국, 인도, 중국 글로벌 기업에 잇단 공급 계약
“인프라 및 주춧돌인 소부장,바이오 글로벌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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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1월16일 7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새삼스레 ‘갑을’이라는 말을 꺼낸 건 누구나 싫어하는 역할인 을을, 그것도 ‘슈퍼 을’을 자처하며 과감하게 바이오 벤처 창업에 나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특별한 기업인이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주인공은 지난 2002년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을 창업한 김경남 대표다. 김대표는 20여년간 절치부심 한우물을 파온 끝에 회사를 자타가 인정하는 국가대표 ‘바이오 소부장’ 기업으로 일궈낸 뚝심의 기업인이다. 소부장은 소재·부품·장비 업종의 줄임말이다. 제조업의 뿌리가 되는 산업을 일컫는다.
“회사간 갑을 관계를 구분한다면 바이오 소부장 업체는 그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자리하고 있는 슈퍼 을 중의 을일 것이다. 이미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받고 있는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국산 소부장에는 아예 눈조차 돌리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소부장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회사 구매 담당자조차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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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소부장을 공급할수 있는 업체를 뚫기가 어렵기는 매 한가지라는 얘기다. 여기에 국산화한 소부장을 해외로 수출하려고 해도 먼저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않으면 원천 봉쇄가 되기에 바이오 소부장 업체는 공급처에 필사적으로 매달릴수 밖에 없다. 바이오 소부장이 슈퍼 을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전까지 K바이오 업계가 100% 수입해 사용하던 1회용 세포배양 시스템, 핵산 및 단백질 이미지 분석기기, 단일파장에서 스펙트럼까지 분석해주는 소형 흡광측정장치 등의 국산화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K바이오 소부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 회사가 국산화에 성공한 1회용 세포배양 시스템인 ‘셀빅(CELBIC)’은 기존 글로벌 경쟁 제품들이 세포배양 과정에서 부착된 임펠러가 세포 손상을 일으키기 쉬운데 비해 모터를 활용, 세포 손상 위험을 없애면서 업계의 호응을 받고 있다.
“소부장 업체로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 대표적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 1회용 바이오 저장백, 배양액, 바이오 메디칼 기기 등의 공급이 결정된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바이오 강국인 미국, 인도, 중국 등으로 속속 우리가 국산화에 성공한 바이오 소부장을 수출하게 되면서 글로벌 소부장 강자로 도약할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와 노스웨스턴대에서 각각 기계공학 석사, 박사 학위를 딴 김대표는 바이오 벤처를 창업하기 전까지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에서 개발부장으로 근무했다.
“평생 외국회사에서 근무하다 일생을 끝내기보다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회사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국내에서 가장 뒤처진 산업 분야에서 창업을 하려고 했다. 지인들과 상의해보니 메디칼 디바이스 분야가 가장 낙후돼 있어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을 해볼만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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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디지탈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과 견주어 품질력이 동등한 고난이도 기술이 요구되는 흡광측정장치 등 다양한 의료기기, 1회용 세포배양 시스템 등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사업 반경을 해외로 넓혀나가고 있다. 이미 회사는 인도 최대 백신생산기업인 세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 중국 하이얼의 계열사인 메타쉬, 미국의 글로벌 산업재 기업 등에 이들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 130억원 가량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큰 금액이 아닐수는 있지만 불모지인 바이오 소부장의 국산화를 통해 거둔 실적이어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는 평가다. 올해는 수출이 크게 늘면서 매출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에 있어 소부장은 ‘인프라’ 및 ‘주춧돌’에 해당된다.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 개발, 생산을 하는데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이 필수다. 바이오 소부장 산업의 뒷받침 및 발전이 있어야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김대표는 바이오 소부장의 국산화 비율은 여전히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산 소부장을 사용하는 바이오 기업에게 체감할수 있는 수준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가장 효과적인 소부장 지원책으로 꼽았다.
“현재 미국의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인 써모 피셔 (Thermo Fisher) 같은 회사처럼 마이크로디지탈이 개발, 생산 및 공급하는 모든 제품은 각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최고의 신뢰도를 갖게 될 것이다. 올해 포트폴리오 대비 2배 이상 많은 제품들이 시장에 안착하고, 회사의 규모도 중견기업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5년 후 김대표가 목표로 하는 한국 바이오 소부장의 간판기업인 마이크로디지탈의 모습이다.
류성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