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딜 러시’ 이끈 데이비드 릭스 릴리 CEO[화제의 바이오人]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릴리 덕분에 우리나라 바이오업체들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다. 조 단위 딜이 여러 차례 성사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보다 공격적으로 포지셔닝하는 것 같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릴리와 연속적인 빅딜로 고무된 국내 바이오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릴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올 들어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가 실제로 도출되면서 업계 내에서도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올 들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국내 바이오업계 간 접점이 부쩍 늘었다. 릴리가 올해 2월 올릭스(226950)(9117억원), 5월 알지노믹스(1조9000억원)에 이어 최근 에이비엘바이오(298380)(3조7487억원)의 딜을 체결하면서 K바이오 기술 사냥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릴리는 지난해 10월 펩트론(087010)과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주사제 개발을 목적으로 ‘스마트데포’의 기술성 평가 계약을 체결하는 등 K바이오와 추가 기술이전 계약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릴리의 올해 K바이오 빅딜 러시는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릭스(David A. Ricks) 릴리 회장 겸 CEO의 전략적 판단에서 시작됐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릭스 CEO는 취임 초기부터 외부 혁신(open for business)을 강조하며 사업개발(BD) 중심 전략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조 단위 글로벌 라이선스 딜은 결국 CEO가 최종 승인한다는 점에서 릭스 CEO에 대한 국내 바이오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릭스 CEO는 1996년 릴리에 입사해 2017년 1월 CEO로 취임하기까지 릴리 역사에서 드물게 외부 영입 없이 내부에서 25년 이상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전통 제약사였던 릴리를 기술 중심 바이오텍으로 전환하도록 이끈 CEO로 평가받고 있다.
릴리는 릭스 CEO 재임 기간 연구개발 성과와 경영 실적에서 사상 최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마운자로’(Mounjaro)로 실적이 성장한 것은 릭스 CEO가 2017년~2020년 사이 비만·당뇨 플랫폼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는 결정을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비만을 ‘세계 최대 미충족 시장 중 하나’로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의 선구안은 적중하며, 릴리를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제약사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릭스 CEO 체제에서 릴리는 플랫폼 기반 기술이나 차별화된 기술의 도입에 개방적이며, 초기 단계라도 계열내최초신약(First-in-class)의 가능성이 있으면 즉각 검토하는 등 선제적인 BD 전략을 추진해왔다. 릴리가 최근 5년간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분야는 비만·대사질환 뿐 아니라 항체플랫폼, 항체-약물접합체(ADC), 리보핵산(RNA) 치료제 등이다. 릴리가 찾는 기술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한국 바이오텍과 맞아떨어지면서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의 전략 축이 항체, ADC, 플랫폼기술, 대사질환 등인데 이 분야에 한국 바이오텍이 강하다”며 “중국의 경우 리스크도 있다 보니 동일한 기술이면 한국에 기회가 생기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릴리 내부 BD 조직이 얼리 스테이지 라이선싱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한국에는 수혜가 되고 있다”며 “한국이 데이터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데이터 패키지가 점차 미국식 BD 문법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릴리의 선택을 받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릴리와 딜을 위해 국내 기업이 점검해야 할 요소도 명확하다. 일단 지식재산권(IP) 전략이 탄탄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는 IP 실사(due diligence)를 매우 엄격하게 하는 곳”이라며 “국내 기업은 이 구간에서 딜이 깨지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반대로 릴리의 선택을 받았다면 IP 전략 측면에선 안심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외에 기업활동(IR) 메시지의 일관성, 제조·품질관리(CMC) 등 상용화 계획의 완성도 등도 중요한 요소로 거론됐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 BD는 IR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을 경우 우선순위 리스트에서 즉각 제외한다고 들었다. 이건 대부분의 빅파마들도 중시하는 부분이긴 하다”며 “릴리는 대규모 상업화를 상정하고 CMC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CMC 계획이 미흡하다면 딜 성사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선 릴리가 올 들어 연속적으로 국내 바이오텍과 조 단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바이오에 대한 기술적 신뢰도가 글로벌 빅파마 기준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K바이오가 미국식 BD 문법에 적응하며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와 빅딜을 체결한 국내 바이오기업이 늘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BD 기준을 충족할 만큼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라며 “향후 미국 빅파마와 거래 문턱을 낮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비드 릭스(David A. Ricks) 일라이 릴리 회장 겸 CEO 약력
△ 1967년 미국 인디애나 출생
△ 1990년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 이학사 졸업
△ 1996년 인디애나 대학(Indiana University) 경영학석사(MBA) 취득
△ 1996년 일라이 릴리 입사
△ 2012년 릴리 바이오-메디슨(Lilly Bio-Medicines) 사장
△ 2017년 1월~현재 일라이 릴리 회장 겸 CEO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릴리와 연속적인 빅딜로 고무된 국내 바이오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릴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지만 올 들어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가 실제로 도출되면서 업계 내에서도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올 들어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국내 바이오업계 간 접점이 부쩍 늘었다. 릴리가 올해 2월 올릭스(226950)(9117억원), 5월 알지노믹스(1조9000억원)에 이어 최근 에이비엘바이오(298380)(3조7487억원)의 딜을 체결하면서 K바이오 기술 사냥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릴리는 지난해 10월 펩트론(087010)과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주사제 개발을 목적으로 ‘스마트데포’의 기술성 평가 계약을 체결하는 등 K바이오와 추가 기술이전 계약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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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스 CEO는 1996년 릴리에 입사해 2017년 1월 CEO로 취임하기까지 릴리 역사에서 드물게 외부 영입 없이 내부에서 25년 이상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전통 제약사였던 릴리를 기술 중심 바이오텍으로 전환하도록 이끈 CEO로 평가받고 있다.
릴리는 릭스 CEO 재임 기간 연구개발 성과와 경영 실적에서 사상 최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와 ‘마운자로’(Mounjaro)로 실적이 성장한 것은 릭스 CEO가 2017년~2020년 사이 비만·당뇨 플랫폼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는 결정을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비만을 ‘세계 최대 미충족 시장 중 하나’로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의 선구안은 적중하며, 릴리를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제약사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릭스 CEO 체제에서 릴리는 플랫폼 기반 기술이나 차별화된 기술의 도입에 개방적이며, 초기 단계라도 계열내최초신약(First-in-class)의 가능성이 있으면 즉각 검토하는 등 선제적인 BD 전략을 추진해왔다. 릴리가 최근 5년간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분야는 비만·대사질환 뿐 아니라 항체플랫폼, 항체-약물접합체(ADC), 리보핵산(RNA) 치료제 등이다. 릴리가 찾는 기술의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한국 바이오텍과 맞아떨어지면서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의 전략 축이 항체, ADC, 플랫폼기술, 대사질환 등인데 이 분야에 한국 바이오텍이 강하다”며 “중국의 경우 리스크도 있다 보니 동일한 기술이면 한국에 기회가 생기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릴리 내부 BD 조직이 얼리 스테이지 라이선싱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한국에는 수혜가 되고 있다”며 “한국이 데이터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고, 데이터 패키지가 점차 미국식 BD 문법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점도 릴리의 선택을 받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릴리와 딜을 위해 국내 기업이 점검해야 할 요소도 명확하다. 일단 지식재산권(IP) 전략이 탄탄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는 IP 실사(due diligence)를 매우 엄격하게 하는 곳”이라며 “국내 기업은 이 구간에서 딜이 깨지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반대로 릴리의 선택을 받았다면 IP 전략 측면에선 안심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 외에 기업활동(IR) 메시지의 일관성, 제조·품질관리(CMC) 등 상용화 계획의 완성도 등도 중요한 요소로 거론됐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 BD는 IR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을 경우 우선순위 리스트에서 즉각 제외한다고 들었다. 이건 대부분의 빅파마들도 중시하는 부분이긴 하다”며 “릴리는 대규모 상업화를 상정하고 CMC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CMC 계획이 미흡하다면 딜 성사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선 릴리가 올 들어 연속적으로 국내 바이오텍과 조 단위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바이오에 대한 기술적 신뢰도가 글로벌 빅파마 기준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K바이오가 미국식 BD 문법에 적응하며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릴리와 빅딜을 체결한 국내 바이오기업이 늘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BD 기준을 충족할 만큼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라며 “향후 미국 빅파마와 거래 문턱을 낮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이비드 릭스(David A. Ricks) 일라이 릴리 회장 겸 CEO 약력
△ 1967년 미국 인디애나 출생
△ 1990년 퍼듀 대학(Purdue University) 이학사 졸업
△ 1996년 인디애나 대학(Indiana University) 경영학석사(MBA) 취득
△ 1996년 일라이 릴리 입사
△ 2012년 릴리 바이오-메디슨(Lilly Bio-Medicines) 사장
△ 2017년 1월~현재 일라이 릴리 회장 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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