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 K바이오 양대 산맥의 아킬레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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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자 CDMO를 하겠다고 나서는 국내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역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바이오시밀러라는 신대륙에 상당수 국내 업체들이 속속 상륙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K바이오에 이전까지 아예 존재하지 않던 사업섹터가 양사의 사업성공을 발판삼아 활발하게 꿈틀대는 새로운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지난해 매출 4조5000여억원, 시가총액 71조원)와 셀트리온(매출 3조5000여억원, 시가총액 34조원)은 덩치나 몸값에 있어 업계에서 압도적인 1,2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K바이오의 기대를 독차지하고 있는 두 업체가 최근 사업확장을 위해 겨냥하는 목표지점이 시간이 갈수록 겹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와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바이오시밀러를 양대 주력사업으로 키워왔다. 여기에 신약개발이라는 사업영역을 추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더욱 가속화하려는 모양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축으로 신약개발 및 CDMO를 더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둘다 CDMO, 바이오시밀러, 신약개발 등을 3대 사업축으로 제2도약을 꾀한다는 의도다.
K바이오를 대표하는 양사의 사업영역이 공교롭게도 모두 겹치다보니 두 회사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로선 CDMO 분야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바이오시밀러 쪽에서 셀트리온(068270)이 각각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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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찬찬히 양사의 사업전략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오류와 리스크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두 회사가 추진하는 3대 사업축은 업의 특성이 대립적이어서 양립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주력인 CDMO 사업을 전개하면서 고객사의 신약개발 정보를 상당부분 접할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등을 포함해 다양한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고객사들은 자신들의 신약개발 정보유출을 우려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최악의 경우 CDMO 고객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등을 돌리며 떠나는 일이 벌어질수 있다.
신약개발이 아무리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CDMO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어찌보면 함부로 뛰어들수 있는 영역이 아닌 셈이다. 자칫 신약개발을 무모하게 추진하다가는 기존 성장동력이던 CDMO 사업이 근본부터 흔들릴수 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개발은 거리를 두고, 당분간 CDMO와 바이오시밀러를 양대축으로 도약을 지속한다는 전략이 주효하다.
셀트리온의 경우 바이오시밀러를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다 최근들어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이미 확보한 특화된 항체기술을 활용, 2028년까지 13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셀트리온이 CDMO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지난해 말 출범시키며 CDMO 영역에 뛰어든 부분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CDMO 공장을 착공한다는 포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신약개발사로 도약하겠다는 셀트리온에 CDMO 프로젝트를 맡길 만한 간 큰 글로벌 제약사는 찾아보길 힘들 것이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개발에 나서면 득보다 실이 많게 되는 것과 비슷한 역학구도다.
요컨대 기존 주력사업의 속성을 감안하면 당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CDMO와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을 각각 양대 축으로 키워야 한다는 결론이다. CDMO나 신약개발이나 무한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기존 영역을 무시한 과도한 사업확대 전략은 양사 모두에게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류성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