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바이오人]최호일 펩트론 대표, 릴리 변수에도…“기술성평가 순항”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근 바이오업계에선 최호일 펩트론(087010) 대표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라이 릴리가 경쟁사와 기술 계약을 체결하면서 펩트론의 기술이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릴리와의 논의는 계획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최근 일라이 릴리가 스웨덴의 카무르스(Camurus)와 장기지속형 약물전달기술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펩트론의 시가총액이 이틀 만에 1조6936억원 증발했다. 릴리가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하며 펩트론의 기술이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우려가 시장에 빠르게 확산되며 주가 하락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펩트론은 이틀 연속 주주서한을 내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펩트론은 초음파분무건조기술인 ‘스마트데포’(SmartDepot)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약효지속성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펩타이드와 단백질 의약품 개발사이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 릴리와 1개월 이상 지속 가능한 약물 전달 플랫폼에 대한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곧 기술이전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시장에서는 릴리가 비만치료제인 ‘젭바운드’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접목해 주사를 맞는 주기를 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펩트론의 시총도 5조원대로 오르면서 지난달 27일에는 코스닥 시총 4위까지 뛰어올랐다.
릴리와 기술이전 본계약 체결은 펩트론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은 국내에서 대웅제약(069620), 유한양행(000100)에 기술이전되고, 2021년 호주 인벡스 테라퓨틱스(Invex Therapeutics)에 기술이전됐지만 아직 빅파마로 기술이전된 이력은 없다.
그러나 릴리가 최근 카무루스와 최대 8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해당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은 미공개 방침이며, 개발·허가 마일스톤은 2억9000만달러이고 상용화 후 마일스톤은 최대 5억800만달러로 책정됐다. 로열티는 한자릿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릴리는 최대 4개의 인크레틴 기반 비만·대사치료제에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펩트론과 유사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릴리가 펩트론 기술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펩트론의 주가는 하루 만에 23만원에서 6만9000원(30%) 급락한 16만1000원이 되면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5일)에도 약세(-2.3%)를 보이면서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1조6936억원 증발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도 코스닥 5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급격한 주가 하락에 펩트론은 이틀 연속 주주 서한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펩트론은 지난 4일 “릴리가 계약을 맺은 스웨덴 카무루스가 보유한 기술은 펩트론과 전혀 다른 기술”이라며 “카무루스의 기술은 펩트론의 스마트데포와 전혀 다른 방식의 기술로 단순 경쟁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와 릴리와의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성 평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고하며, 순항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에는 릴리로부터 공식 확인을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카무르스와 펩트론간 기술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펩트론은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은 다양한 약물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몸에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유기용매를 20% 정도 사용해야 하는 부분을 피할 수 없으며, 비교적 직경이 큰 주사침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환자 편의성에서 미립구에 비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펩트론은 “릴리와 펩트론 간의 기술성 평가 중인 릴리의 약물은 카무루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선정된 릴리의 약물과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펩트론은 이번 릴리와 카무루스의 계약에 대해 “릴리가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초격차 우위를 점해가기 위해 기존 계약·관계사들과 겹치지 않는 물질·기술에 한해 개발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차원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그간 펩트론의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릴리와 기술이전 본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회사가 2022년 9월 글로벌 제약사 2곳과 당뇨·비만치료제 ‘PT403’의 기술이전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알린 이후 주주들은 이러한 소식을 기다려왔다. 이 같은 기대감에 지난해 단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흥행, 당초 1200억원였던 자금 조달 규모가 1383억원으로 증가하며 마무리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과도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릴리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만으로 기술이전 딜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과했던 것은 아닌가”라며 “펩트론이 릴리와 협업하는 여러 기업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이번 기술이전 계약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펩트론 측이 카무루스와 반드시 경쟁 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두 기술이 펜형 주사기를 위해 조합 가능한 기술로 판단한다”며 “일라이 릴리의 카무루스 기술 계약이 단순 경쟁 관계 플랫폼에 대한 계약으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 약력
△1966년 9월 출생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연세대 생화학과 석사
△연세대 생화학과 박사
△1990년 9월~1992년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992년 5월~1997년 10월 LG화학 바이오텍 근무
△1997년 11월~현재 펩트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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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은 초음파분무건조기술인 ‘스마트데포’(SmartDepot)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약효지속성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펩타이드와 단백질 의약품 개발사이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 릴리와 1개월 이상 지속 가능한 약물 전달 플랫폼에 대한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곧 기술이전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시장에서는 릴리가 비만치료제인 ‘젭바운드’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접목해 주사를 맞는 주기를 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펩트론의 시총도 5조원대로 오르면서 지난달 27일에는 코스닥 시총 4위까지 뛰어올랐다.
릴리와 기술이전 본계약 체결은 펩트론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펩트론의 스마트데포 기술은 국내에서 대웅제약(069620), 유한양행(000100)에 기술이전되고, 2021년 호주 인벡스 테라퓨틱스(Invex Therapeutics)에 기술이전됐지만 아직 빅파마로 기술이전된 이력은 없다.
그러나 릴리가 최근 카무루스와 최대 8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플루이드크리스탈’(FluidCrystal)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해당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은 미공개 방침이며, 개발·허가 마일스톤은 2억9000만달러이고 상용화 후 마일스톤은 최대 5억800만달러로 책정됐다. 로열티는 한자릿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에 따라 릴리는 최대 4개의 인크레틴 기반 비만·대사치료제에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주사제의 투약 주기를 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펩트론과 유사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릴리가 펩트론 기술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펩트론의 주가는 하루 만에 23만원에서 6만9000원(30%) 급락한 16만1000원이 되면서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5일)에도 약세(-2.3%)를 보이면서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1조6936억원 증발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도 코스닥 5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급격한 주가 하락에 펩트론은 이틀 연속 주주 서한을 내며 진화에 나섰다.
펩트론은 지난 4일 “릴리가 계약을 맺은 스웨덴 카무루스가 보유한 기술은 펩트론과 전혀 다른 기술”이라며 “카무루스의 기술은 펩트론의 스마트데포와 전혀 다른 방식의 기술로 단순 경쟁 관계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와 릴리와의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성 평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고하며, 순항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에는 릴리로부터 공식 확인을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카무르스와 펩트론간 기술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펩트론은 “카무루스의 플루이드크리스탈은 다양한 약물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는 많지 않은 편”이라며 “몸에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유기용매를 20% 정도 사용해야 하는 부분을 피할 수 없으며, 비교적 직경이 큰 주사침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여 환자 편의성에서 미립구에 비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펩트론은 “릴리와 펩트론 간의 기술성 평가 중인 릴리의 약물은 카무루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선정된 릴리의 약물과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펩트론은 이번 릴리와 카무루스의 계약에 대해 “릴리가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초격차 우위를 점해가기 위해 기존 계약·관계사들과 겹치지 않는 물질·기술에 한해 개발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차원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그간 펩트론의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릴리와 기술이전 본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회사가 2022년 9월 글로벌 제약사 2곳과 당뇨·비만치료제 ‘PT403’의 기술이전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알린 이후 주주들은 이러한 소식을 기다려왔다. 이 같은 기대감에 지난해 단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흥행, 당초 1200억원였던 자금 조달 규모가 1383억원으로 증가하며 마무리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과도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릴리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만으로 기술이전 딜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과했던 것은 아닌가”라며 “펩트론이 릴리와 협업하는 여러 기업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이번 기술이전 계약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펩트론 측이 카무루스와 반드시 경쟁 관계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두 기술이 펜형 주사기를 위해 조합 가능한 기술로 판단한다”며 “일라이 릴리의 카무루스 기술 계약이 단순 경쟁 관계 플랫폼에 대한 계약으로 단정지을 필요는 없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 약력
△1966년 9월 출생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연세대 생화학과 석사
△연세대 생화학과 박사
△1990년 9월~1992년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992년 5월~1997년 10월 LG화학 바이오텍 근무
△1997년 11월~현재 펩트론 대표이사
김새미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