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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벌써 3상, 우린 겨우 1상 AI 신약 개발도 ‘부익부 빈익빈’

등록 2026-08-21 오전 6: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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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 인력이 가른 임상 속도
    글로벌 선두주자 인실리코메디슨
    중국서 폐섬유증치료제 3장 착수
    국내는 1상 이후 개발 속도 더뎌
    정부지원, 공동개발 생태계 시급

(그래픽= 생성형 AI)
(그래픽= 생성형 AI)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인공지능(AI)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 마침내 임상 3상에 진입했다. AI로 신약 표적을 찾고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한 뒤 전임상과 초기 임상을 거쳐 후기 임상까지 도달한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AI 신약 개발 협업이 늘고 있지만 실제 임상 진입 성과는 제한적이다. 기업 조직과 자본에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신약 개발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은 지난달 7일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 후보물질 ‘렌토서팁’ 중국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중국 47개 기관에서 환자 320명을 모집해 52주간 투약하며, 폐 기능을 보여주는 노력성 폐활량(FVC)의 연간 감소율을 평가한다.

렌토서팁이 주목받는 이유는 AI를 기존 후보물질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신약 표적 발굴과 신규 화합물 설계 과정에 직접 적용해서다. 인실리코메디슨은 자체 AI 플랫폼 ‘판다오믹스’(PandaOmics)를 이용해 섬유화 질환의 새로운 표적으로 TNIK를 찾아냈다. 이어 생성형 화학 플랫폼 ‘케미스트리42’(Chemistry 42)로 TNIK를 억제하는 신규 저분자 화합물을 설계하고, 실제 합성·검증을 거쳐 약물의 효능과 약동학적 특성을 최적화했다.

인실리코메디슨은 2021년 이후 AI 플랫폼을 통해 전임상 후보물질(PCC) 31개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13개가 IND 승인을 받았다. 자체 프로젝트는 연구 착수 후 PCC 확정까지 평균 12~18개월이 걸렸고, 프로그램당 실제 합성·시험한 화합물은 약 60~200개였다. 통상 초기 신약 발굴에 2년 6개월~4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시행착오와 기간을 크게 줄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AI 플랫폼과 관련 기업 간 공동연구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후보물질을 임상으로 넘긴 사례는 제한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앞선 사례로는 파로스아이바이오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 후보물질 ‘라스모티닙’(PHI-101)이 꼽힌다. 회사가 자체 구축한 AI 신약 플랫폼 ‘케미버스’를 통해 발굴한 라스모티닙은 국내와 호주에서 재발·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지난해에는 난치성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PHI-501’도 국내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았다.

온코크로스 근감소증 후보물질 ‘OC514’도 호주 임상 1상을 마쳤다. OC514는 두 가지 유효성분을 결합한 복합제로, 온코크로스는 전사체 기반 AI 플랫폼 ‘랩터AI’를 활용해 근감소증과 암성 악액질 등 새로운 적응증 가능성을 찾아냈다. 다만 이는 OC514는 신규 화합물을 처음부터 설계한 게 아닌 기존 성분 조합과 적응증을 AI로 도출한 약물 재창출 성격이 강하다.

이 외에도 신테카바이오(226330)와 스탠다임 등이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과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수의 후보물질을 IND와 임상 단계로 반복적으로 진입시킨 성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격차의 배경으로 자본과 전문 인력 부족을 꼽는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 유인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AI 신약 개발 협업이 늘고 있고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다”면서도 “아직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내부에 전 과정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AI 신약 개발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가 차원의 신약 개발 데이터 통합관리 체계와 데이터 목록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된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해외 인재 유치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미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의 ‘Bridge2AI’를 통해 AI 학습에 적합한 바이오·의료 데이터와 표준, 융합형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관련 프로그램 SBIR·STTR로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에 초기 연구 자금을 공급해왔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시설을 직접 갖추기 어려우면 AI 기업과 제약사,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합성·검증, 전임상, IND, 임상까지 다양한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장기 공동개발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