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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0891' 계열 내 최초 항암 신약에 명운 건 신라젠

등록 2025-08-26 오전 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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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신라젠(215600)이 계열 내 최초 고형암 항암 신약 BAL0891에 명운을 걸었다. 신라젠은 BAL0891의 임상성공을 위해 단일 요법과 2개의 병용요법으로 나눠 임상을 진행한다.

    병용요법은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화학항암제와 면역관문억제제로 진행된다. 신라젠은 연구개발을 위해 사용할 유상증자 조달 자금의 대부분을 BAL0891의 임상에 투입한다. 신라젠은 BAL0891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예정이다.

    신약 파이프라인 현황. (자료=신라젠)
    BAL0891, PLK1·TTK 동시 저해 계열 내 최초 항암제

    2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사 고형암 항암 신약 BAL0891과 관련해 글로벌 제약사 비원메디슨(옛 베이진)의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렐리주맙을 병용하는 임상 1상 시험계획(IND)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신라젠은 비원메디슨으로부터 티슬렐리주맙을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신라젠은 고형암과 관련해 3개의 파트로 나눠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한다. 신라젠은 BAL0891 단일요법과 면역관문억제제 티슬렐리주맙, 화학항암제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임상 1상 대상자는 260명에 이른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달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같은 내용으로 임상시험 변경을 신청했다. 대상 질환과 시험 대상자 수도 모두 동일하다.

    애초 신라젠은 BAL0891과 함께 병용요법을 진행할 항암제로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을 선택했다.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 모두 화학항암제인 만큼 병용 요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면역관문억제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젠이 BAL0891 임상 1상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과 식약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변경한 것은 8번에 이른다. BAL0891이 신라젠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신약인 만큼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BAL0891이란 신라젠이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를 말한다. BAL0891은 종양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폴로유사 키나아제1(PLK1)과 트레오닌 티로신 키나아제(TTK) 두가지 인산화 효소를 동시에 저해하는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 항암제이기도 하다.

    BAL0891의 중요성은 신라젠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분배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신라젠은 지난 7월 유상증자를 통해 103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신라젠은 조달 자금 1032억원 중 880억원은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중 신라젠은 600억원 이상을 BAL0891에 투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BAL0891은 신라젠의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신라젠은 BAL0891의 적응증도 확장한다. 신라젠은 고형암 외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과 관련해 BAL0891 단일요법으로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한다.

    특히 미국 바이오텍 카디프 온콜로지가 개발하고 있는 PLK1 단일 저해 항암제 온반서팁(Onvansertib)의 임상 2상이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BAL0891에 대한 주목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온반서팁은 전이성 대장암(mCRC)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기존 표준요법과 병용 시 64%의 객관적 반응률(ORR, 종양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줄어든 환자의 비율)과 8.4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PFS, 병이 더 나빠지지 않고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나타냈다.

    온밥서팁이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지녔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화이자는 PLK1 단일 저해 항암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2021년 카디프 온콜로지에 1500만달러(208억원)를 투자했다.

    BAL0891이 PLK1과 TTK 두가지 인산화 효소를 동시에 저해하는 계열 내 최초 항암제인 만큼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라젠은 BAL0891 임상 1상을 내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BAL0891의 임상 1상 후 글로벌 기술 이전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다. 이후 신라젠은 BAL0891의 임상 2상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라젠은 지난 4월 원개발사 중 하나인 크로스파이어로부터 관련 특허를 모두 인수해 최대 3000억원 규모에 달할 수 있었던 마일스톤과 상업화 이후 로열티 부담을 사전에 제거했다. 신라젠은 임상 2상을 마무리한 신장암 등이 적응증인 항암 신약 펙사벡의 기술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라젠은 BAL0891과 관련해 단일 요법 뿐만 아니라 병용요법의 최적의 조합을 찾고 있다”며 “BAL0891이 신라젠에 매우 중요한 신약 파이프라인인 만큼 차질 없이 임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지식재산권 확보 등 체계적 전략 수립

    신라젠은 핵심 기술인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에 대한 지식재산권(IP) 확보에도 나섰다. 신라젠은 약물의 차별성과 권리 범위를 동시에 갖춘 형태로 SJ-600 시리즈를 설계했다. 신라젠은 단순한 후보물질 보호를 넘어 면역 회피, 정맥투여 시 항암 활성 유지 등 플랫폼 전반의 핵심 기전 요소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특허 전략을 구성했다.

    신라젠은 국내와 일본에서 SJ-600 시리즈의 주요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신라젠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 대한 국제 출원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SJ-600시리즈의 글로벌 임상 진입을 위한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체계도 구축했다. 신라젠은 올해 상반기 매출 35억원, 영업적자(손실) 1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11억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적자 폭은 전년 117억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신라젠은 최근 캐시카우(현금창출원) 확보 차원에서 우성제약을 인수해 흡수합병했다. 우성제약은 주사제 전문의약품(ETC) 연구개발기업으로 진통 해열제, 전해질제제, 항균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우성제약은 지난해 매출 81억원, 순이익 12억원을 기록했다. 신라젠은 우성제약 인수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라젠은 BAL0891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 등과 관련한 전략도 체계적으로 수립했다”며 “신라젠은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