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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디지탈, 세계 최초 ‘AI 바이오리액터’ 개발 추진…“바이오의약품 제조혁신 주도”

등록 2025-09-15 오전 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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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인 A사는 고객사로부터 최근 의약당국의 허가를 받은 항체의약품 생산을 의뢰받았다. 하지만 생산수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양 조건을 맞추던 도중 잘못된 온도 설정으로 600ℓ 규모 바이오리액터 1대에서 생산 중이던 세포 전량을 폐기해야만 했다.

    위 내용은 가상의 사례지만 실제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에서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특히 최초로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일 경우 최적의 조건을 도출하려면 다양한 pH, 온도, 용존산소량, 구동 조건 등을 테스트해봐야 하므로 지난한 과정이 요구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트렌드가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어가면서 이 같은 시행착오가 빈발하고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 소부장 기업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이 일회용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에 인공지능(AI)을 전격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출범한 ‘제조 AX 얼라이언스’에 AI바이오 분야 기업으로 참여하면서다. 마이크로디지탈은 바이오리액터에 AI를 접목시킬 경우, 세포 배양시 시행착오가 현격히 줄어 획기적인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9월 1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조 인공지능 전환(AX)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5일 마이크로디지탈에 따르면 회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출범한 ‘제조 AX 얼라이언스’에 AI바이오 분야 기업으로 참여, 자사 일회용 바이오리액터에 △배양 과정 실시간 데이터 수집·분석 △배양조건 자동제어 △디지털 트윈 기반 공정예측 및 최적화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제조 AX 얼라이언스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제조업 전반에 AI를 적용해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로 출범됐다. 선정 기업 중 유일한 바이오리액터 장비 제조사인 마이크로디지탈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AI기업과 함께 AI 바이오리액터 공동개발에 나선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번 참여를 계기로 일회용 세포배양기 기술과 AI를 결합, 지능형 바이오의약품 제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숙련 인력 중심의 수작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실수와 공정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생산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키며, 개발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디지탈의 일회용 바이오리액터 ‘셀빅’ (사진=마이크로디지탈)


    이 같은 지능형 바이오의약품 제조 체계를 바이오리액터에 도입한 곳은 글로벌 시장을 통틀어봐도 아직 없다. 최근 들어 필요성이 커지면서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이 선제적으로 AI 시스템을 도입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제조 AX 얼라이언스는 정부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민간 주도보다 빅데이터 수집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각 세포배양에 최적화된 조건을 도출하기 위한 데이터들이 각각의 제약·바이오 기업, CDMO 기업에 편재돼 있고, 이 자체가 기업의 노하우인 까닭에 이를 통합해 데이터화 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많은 글로벌 바이오리액터 기업이 지능형 바이오의약품 제조 체계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완성형’ 솔루션이 없는 이유다.

    생산공정에 AI가 도입되면 일부 바이오회사들에서 쓰이는 24시간 근무체계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바이오의약품의 주재료가 케미컬의약품과 달리 유기체인 까닭에 대부분의 공정은 연속적일 수밖에 없다. 각각의 회사 및 상황에 따라 1년 중 일정 기간에는 24시간 근무체계를 가동하기도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능형 제조 시스템 도입으로 세포배양 상황을 점검하고 유연하게 배양조건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필요가 줄어든다.

    일회용 바이오리액터 산업은 톱3 회사가 전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할 정도로 기존 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만약 마이크로디지탈이 세계 최초 AI 바이오리액터 개발에 성공한다면 대형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 회사의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파트너사인 미국 파커허니핀을 통해 미국 진출을 시작한 시점이라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번 프로젝트 참여가 또 한번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대표는 “이번 얼라이언스 참여를 계기로 세포배양 공정에 AI와 디지털 혁신을 접목하는 기술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AI기업, 연구기관,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스마트 배양 솔루션을 구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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