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 보톡스가 드러낸 K바이오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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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보톡스 균주의 기술적 보호 가치가 낮고,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되면서 해외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 시간적,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일부에서 이런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조만간 보톡스 기술 및 균주를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기술로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산업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에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반도체, 전기전자, 생명공학 등 70여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 보톡스 역시 보톡스를 생산하는 균주와 독소제제 생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되고 있다. 보톡스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기에 보톡스 균주 및 생산 기술을 이전하거나, 수출,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전 신고하거나 심의 등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톡스는 1g만으로도 수백만명을 살상할수 있는 가공할만한 맹독성 생화학무기이기도 하다. 국가차원의 특별한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국가정보원이 보톡스 생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특별관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유럽, 일본도 이러한 보톡스의 위험성 때문에 보톡스 균주의 생산에서부터 수출, 이전까지 철저하게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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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보톡스 기술과 균주 도용문제를 둘러싸고 업체간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이기에, 국가핵심기술 해제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균주 도용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보톡스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보톡스 생산기술 및 균주를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요컨대 보톡스 균주 및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하려는 시도는 시작부터 의도가 불순하다는 얘기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본격 진출해 미국 등 현지 제품들과 경쟁하기 시작하면 국가간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만큼 섣부른 국가핵심기술 해제보다는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활성화 기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K바이오는 보톡스 균주 및 생산기술 관련해 단기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성공 신화를 일궈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보톡스 기업만 무려 20여사에 달해 글로벌하게도 가장 많은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미국, 중국 등에도 경쟁적으로 진출, 해외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다. 반면 세계 보톡스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는 미국은 불과 2~3개의 보톡스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보톡스의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제는 자칫 이렇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K바이오 보톡스 신화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패착이 될수 있어 더욱 우려스러운 사안이다. 특히 보톡스가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되면 그러잖아도 호시탐탐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보톡스 업체를 인수하려는 중국 업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 경제적 피해가 큰 게 사실이라면 그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가 수출지원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면 될 일이다.
류성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