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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증권신고서, 주목할 점 4가지

등록 2025-09-03 오전 8: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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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시가총액 70조 8893억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제조업과 개발업을 분리하는 내용에 적지 않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존림 사장과 유승호 경영지원실장은 최근 각자 4억원, 2억원 규모로 주식 장내매수에도 나섰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11월 24일까지 분할상장하게 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주요 일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7월 29일 주주리스트를 확정해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과 바이오시밀러·신약 사업의 분할 재상장을 의결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10월 30일~11월 2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11월 24일 재상장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변동 가능하다.

    인적분할 형태라 기존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설 삼성에피스홀딩스(투자 지주사)의 지분율을 동일하게 이어갖게 된다. 다만 0.65:0.35 분할비율에 따라 단수가 발생하는 신설회사의 주식은 현금으로 지급된다. 신설 지주사의 총 발행 주식수가 적기 때문에 비율적으로는 지분율이 같지만 갖게되는 주식의 수는 다를 수 있다. 분할 계획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최소 3주를 가져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 1주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인적분할이 시사하는 점은 적지 않다. ‘안정적인 CDMO’와 ‘가변적인 신약개발’의 양면성을 띄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이 이제 정체성을 분리해 각각의 사업에 대한 적정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삼성그룹의 신약 개발 첨병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사업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정보공개 투명성도 커질 전망이다.

    왜 분할하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의 배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인한 사업적 제약을 토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객사들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경쟁자로 인식하면서 수주에 어려움이 잇따랐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A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인 약물B를 수주해 생산하던 중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약물B의 시밀러를 개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맡겼고 이에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됐다”며 “A사 약물B의 생산 및 품질검사 공간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약물B 시밀러 제품 관련 공간을 분리해야했고 바이오 2캠퍼스에서 생산, 외주 시험업체를 통해 품질검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운영 복잡성과 추가비용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 C사와 수주 계약을 진행 시 C사의 약물 D, E에 대한 시밀러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 및 보유한 점에서 수주계약 체결이 지연됐고, 글로벌 제약사 F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동일한 실체로 인식해 수주계약 논의조차 불가능했다고 한다.

    두 회사의 분리는 예견된 수순으로, 타이밍의 문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

    신설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그룹에서 처음 등장하는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는다. 지주회사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갖춰야 할 요건은 다양하다. 일례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외 추가적인 자회사를 갖춰야 한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50% 이상, 상장 회사의 경우 30%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할 것도 요구된다.

    이에 따라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재상장 신청일 전 영업일인 11월 14일까지 신설 자회사의 설립을 완료할 것을 한국거래소에 확약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적분할 발표가 난 5월 22일 이후로 키프리스에 신설 자회사의 이름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상표를 출원하고 있다. 에피스이노베이션(Epis Innovation), 에피스넥스랩(Epis Nexlab)이 현재까지의 후보다.

    한편, 100% 자회사로 가져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향후 5년간 중복상장하지 않기로 확약했다. 이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정관 제27조의2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회사의 상장)본 회사는 본 정관의 시행일로부터 5년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회사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국내외 증권시장에 주권을 상장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기재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100%의 가치로 3조 265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쟁력 확대 총력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뜯어낸 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제조업의 길을 간다. 지난 2011년 단일 항체 의약품 위탁생산에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메신저RNA, 이중항체, 그리고 차세대 약물 모달리티인 항체-약물 접합체(ADC)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향후 세포유전자치료제(CGT)까지 CDMO 서비스를 확장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모달리티는 ADC로, 해당 시설을 바이오 1캠퍼스와 2캠퍼스 사이에 설립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 개발부터 임상 및 상업화 물량까지 생산 가능하다.

    정형남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ADC 시설은 세포주 개발부터 ADC의 공정 개발, non-GLP, GLP, DS, DP를 처음부터 끝까지(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마무리 단계다. 현재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DP 시설을 2027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이 ADC 시설에는 30ℓ~500ℓ의 접합(conjugation) 라인 역량이 있고 라인 당 연간 약 80배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ADC 시설(사진=임정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