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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의 제약국부론]바이오 쪼개기 상장이 만연하는 까닭

등록 2025-06-25 오전 1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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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쪼개기·중복상장 강력 비판
    바이오 투자자 울리는 최대 복병이 쪼개기·중복상장
    최근 오스코텍, 파마리서치 중복상장 논란
    바이오는 업의 특성상 쪼개기 상장이 가장 빈발
    연구개발하는 신약 파이프라인 쪼개 상장하는게 관행
    바이오 투자자 신뢰 얻어야 K바이오 미래 있어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바이오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간은 평균 하루, 이틀에 불과합니다. 바이오 장기투자는 쪽박을 차는 지름길이라고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는 겁니다.”

얼마 전 만난 메이저 증권사 임원이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투자성향을 묻자 들려준 답변이다. 그렇다면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안정적인 장기 투자 대신 위험성이 큰 초단기 투자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정확하게 그 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물적 분할이라느니, 인수합병이니 이런 것을 해 가지고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히 알맹이 통통한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쪼개기·중복상장이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쪼개기·중복상장이 가장 만연해 있는 업종이 바로 바이오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연구개발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로 나눠 상장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회사 쪼개기가 일상으로 자리잡다보니 연매출 1조원 안팎에 불과한 대부분 제약·바이오 기업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수는 20~30개에 달한다. 심지어 계열사 수가 40개를 넘어선 제약사도 등장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 매출을 다 합해야 30조원 정도로 CJ 한 회사의 매출과 비슷한 규모임을 감안하면 극히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마다 수십개씩 계열사를 두고 있다보니 회사마다 매출이라고 해야 고작 수십억~수백억원 수준에 그친다. 쪼개기 상장이 매출 쪼개기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매출이 전무한 바이오벤처들도 기본적으로 3~4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는 바이오 업종에서는 여전히 다른 세상의 얘기다.

이미지 by 챗GPT


최근에도 바이오벤처인 오스코텍(039200)이 자회사인 제노스코를 중복상장하려다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무산된바 있다. 스킨부스터 브랜드 ‘리쥬란’으로 잘 알려진 파마리서치(214450)는 기존 법인을 파마리서치홀딩스로 바꾸고, 리쥬란 등 에스테틱 사업을 맡을 파마리서치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인적분할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있기도 하다.

바이오업계에 일상이 된 쪼개기·중복상장의 최대 피해자는 두말할 것 없이 회사를 믿고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이다. 물론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를 발판으로 최대 수혜를 받는 쪽은 대주주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유독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초단기로 할수 밖에 없는 시장 구조다.

이번에 이 대통령이 쪼개기·중복상장의 폐단을 비판하면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나서면서 바이오 투자자들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 업체들이 쪼개기·중복상장을 함부로 할수 없는 시장구조가 자리잡게 되면 개인투자자들도 초단기 바이오 투자 대신 중장기 투자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바이오 초단기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주가 변동성도 크게 줄면서 바이오 자본시장도 보다 안정적 모습으로 바뀔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K바이오는 잇단 해외 기술이전 성과와 신약개발 성공 등을 등에 업고 글로벌 도약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바이오 쪼개기·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게 되면 땅에 떨어져 있는 업계에 대한 바이오 투자자들의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

K바이오가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려면 차별화된 신약개발 경쟁력이 필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바이오 투자자로부터 확고한 믿음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쪼개기·중복상장 등으로 투자자 신뢰를 잃은 바이오 기업은 본업 경쟁력이 어찌됐든 결국에는 시장에서 설 자리마저 잃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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