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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케어젠 ‘CG-P5’ 임상 일정 잇단 지연…개발 역량 신뢰 ‘흔들’

등록 2025-10-28 오전 9: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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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습성황반변성 치료제 ‘CG-P5’ 임상 1상 결과 공개가 예상보다 1년가량 지연되면서 케어젠(214370)의 임상 실행력과 개발 역량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야심찬 임상 설계와 달리 연속적인 데이터 공개 일정 연기는 신약 개발 운영 체계의 미숙함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2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케어젠은 24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CG-P5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종료 예상 시점이 오는 31일에서 내달 30일로 연기된다고 공시했다.

    케어젠은 지난 24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CG-P5의 임상 1상 종료 시점을 내달 30일로 변경한다고 알렸다. 세 번째 일정 변경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CG-P5 임상은 대조군을 습성 황반변성 표준 치료제인 ‘아일리아’(Eylea)로 설정한 ‘헤드-투-헤드’(Head-to-Head) 임상으로 설계돼 업계에서도 주목 받았던 임상이다. 헤드-투-헤드 임상이란 신약후보물질을 기존 표준치료제와 직접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1상은 안전성·내약성 확인이 주 목적이라 유효성 검증을 병행한 헤드-투-헤드 설계는 매우 드물다.

    임상 예상 종료일, 11개월이나 미뤄진 사연?

    CG-P5 임상은 2023년 7월부터 미국 내 6개 기관에서 진행됐으며, 당초 예상 종료일은 2024년 12월 31일이었다. 그러나 해당 임상의 예상 종료일이 2024년 12월 31일→2025년 6월 30일→10월 31일→11월 30일로 세 차례에 걸쳐 총 11개월 미뤄졌다. 올 초에는 현지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상 종료 예상 시점이 6개월 지연됐으나 이번에는 중앙 판독(Central Reading) 절차를 통한 최종 임상결과보고서(CSR) 작성 과정에서 일정이 연기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케어젠 관계자는 “이번 임상은 6개 임상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단일 기준으로 통합 재분석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FDA 제출용 CSR 작성 시 적용하는 방식과 동일한 중앙 판독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황반변성 임상시험에선 중심망막두께(CST) 등 주요 지표가 각 기관의 장비나 판독 기준에 따라 미세한 편차를 보일 수 있다”며 “케어젠은 이러한 차이를 제거하고 데이터의 정확도와 통계적 신뢰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광간섭단층영상(OCT)와 임상 결과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일정 조정은 단순한 지연이 아닌, 임상 데이터의 글로벌 수준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품질 강화 절차”라고 부연했다.

    업계 “통상적인 지연 사유 아냐…의약품 임상 역량 의문”

    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케어젠의 CSR 지연 사유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임상 관련 일정이 반복적으로 미뤄지면서 케어젠의 의약품 임상 수행 역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의약품 임상을 설계할 때부터 FDA 기준에 맞게 진행하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에 CSR 작성 시 글로벌 기준에 맞추느라 늦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황반변성의 경우 FDA의 가이드라인이 최근에 변한 것도 아니라서 일반적인 지연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케어젠이 건강기능식품 임상 수행 경험은 많지만 의약품 임상 경험은 부족해서 겪는 시행착오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는 “초반에 의약품 개발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 것 같다”며 “CRO 선정에서도 조금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했다.

    다만 중앙 판독 절차를 임상 종료 후 수행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는 “중앙 판독은 일반적으로 임상 중간이나 종료 직후에 수행하는 절차이며, 좀 시간이 걸려서 할 수는 있다”며 “CSR 작성은 보통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정 지연이 BTD 신청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TD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능 개선을 입증해야 신청할 수 있다. 임상 1상 CSR 제출이 늦어지면 후속 단계인 BTD 신청과 임상 2상 진입 일정도 밀려나는 구조이다. 케어젠은 임상 2상에서는 건성 황반변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아일리아 병용 투여 임상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케어젠은 오히려 BTD 신청을 대비해 데이터 신뢰도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케어젠 관계자는 “6월 중순에 데이터 클로징은 다 됐다”면서 “모든 데이터를 한꺼번에 중앙에서 취합해서 단일 분석하는 절차는 선택 사항이지만 혁신치료제 지정(BTD)도 대비해야 하니까 데이터 신뢰성에 의심을 받고 싶지 않아서 비용을 더 들여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어젠은 오는 12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유리체망막학회(APVRS)에서 CG-P5의 임상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황반변성 치료제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무대로 세계 최대 안과학 연구학회인 시력·안과학회(ARVO), 미국안과학회(AAO), 유럽망막학회(EURETINA) 등이 아닌 APVRS를 택한 점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안과질환 분야의 신약이라면 데이터를 글로벌 시장용으로 발표할 때 ARVO, AAO, EURETINA 등 톱티어 학회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APVRS도 아시아권에선 지역적으로 의미있는 학회지만 이런 글로벌 학회에 비하면 국제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 잠재우려면…압도적 임상 데이터가 관건

    다만 이러한 우려는 이번 CG-P5 임상 결과 아일리아 대비 비열등·우월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일시적인 잡음으로 봉합될 수 있는 이슈이다. 글로벌 표준치료제와 정면으로 비교한 결과 긍정적인 데이터를 도출한다면 BTD 추진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경우 케어젠의 임상 설계와 데이터 신뢰성 논란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데이터가 좋다면 중앙 판독으로 인해 데이터 분석이 좀 늦어지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데이터가 잘 나오면 그 때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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