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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도 초기 연구만'…한타바이러스 범용 백신, K바이오가 해낼까

등록 2026-05-21 오전 9: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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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대서양 크루즈선의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한타바이러스 범용 백신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백신은 GC녹십자의 한타박스가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남미형 등 변종에는 대응하지 못한다. 글로벌 빅파마조차 적극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부 지원 아래 백신 개발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높은 개발 난도와 제한적인 시장성 탓에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타바이러스 감염 의심 승객들을 태운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가 6일(현지시간) 대서양 섬나라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를 떠나는 모습.(사진=로이터통신)
    한타바이러스 확산하는데…글로벌도 대응책 없네

    GC녹십자의 한타박스는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 등 아시아형 한타바이러스만 대응이 가능하다.

    이번 집단 감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남미형 ‘안데스바이러스’ 등 변종에 대응 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데스바이러스는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하는 중증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사람 간 감염도 가능해 범용 백신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한타바이러스를 ‘질병 X’(Disease X)로 분류했다. 향후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신종 질병 후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백신 개발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 한타박스를 보유한 GC녹십자 역시 추가 백신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증시에서 한타 관련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바이오업계에서 실제 범용 백신 개발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지역성이 강한 한타바이러스의 범용 백신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장기 임상이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투자 대비 상업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C녹십자 관계자도 “한타박스가 안데스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며 “범용 백신 개발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려 중이나, 세부 사항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 역시 백신 개발을 적극 주도하고 있지는 않다. 모더나도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을 통해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연구한다고 언급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공공·학술기관 중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준에 가깝다.

    모더나는 미국 육군감염병연구소(USAMRIID),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VIC-K)와 협력 개발하는 식으로 한타바이러스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USAMRIID는 한탄바이러스(HTNV)와 푸말라바이러스(PUUV)를 동시에 겨냥한 신증후군출혈열(HFRS) DNA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2a상을 진행했다.

    안데스 바이러스용 DNA 백신의 임상 1상 시험도 완료했다. 하지만 두 프로젝트 모두 후속 임상 단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후속 임상과 상업화 등을 위해서는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VIC-K 컨소시엄이 개시한 질병관리청 주관 '우선순위 감염병 대유행 대비 신속개발기술 구축사업' 공고 내용. (사진=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VIC-K 컨소시엄 ‘국산 mRNA 백신’ 재도전

    국내에서는 VIC-K를 중심으로 다시 백신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나, 과거부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VIC-K는 2024년부터 모더나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진행했지만, 임상시약 우수의약품(GMP) 생산을 위한 비용 확보가 어려워 1년 이상 넘게 인체 임상시험이 보류됐었다.

    이후 질병관리청이 추진하는 ‘우선순위 감염병 대유행 대비 신속개발기술 구축사업’에 선정되며 올해부터 다시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이어가게 됐다. 해당 사업에는 VIC-K와 메디치바이오, 아이진(185490)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VIC-K의 총괄 하에 아이진은 mRNA 백신 기술을, 메디치바이오는 지질나노입자(LNP) 플랫폼을 제공해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다. 아이진은 적은 용량의 mRNA로도 강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자가증폭 mRNA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도 지난해 질병관리청 주관 사업에 선정돼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메디치바이오의 LNP 플랫폼은 자체 특허 기술로,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미 H5조류인플루엔자 RNA 백신, 코로나 RNA 백신 등에도 적용됐었다.

    기민효 메디치바이오 대표는 “이미 자사 LNP 제형의 임상실험계획서(IND) 제출까지 진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2년의 과제 기간 한타바이러스 백신의 LNP 제형 최적화와 비임상시료 생산을 통해 IND 제출 연구에 참여하게 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업계에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고 있다. 백신 개발 자체가 고난도 프로젝트인데 현재 정부 지원 규모만으로는 장기 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번 VIC-K 컨소시엄에 지원되는 정부 연구비 역시 최대 2년간, 연간 최대 15억원 수준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정 부분 구매를 보장하거나 패스트트랙 형태 지원이 있어야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설 수 있다”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요를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 백신은 정부 지원 수준을 보며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