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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숨통 끊는 사모펀드[류성의 제약국부론]

등록 2025-09-18 오전 10: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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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F, K바이오 특히 의료기기사 입도선매 열풍
    휴젤, 클래시스,루트로닉, 비올 등 PEF에 피합병
    고수익 기업 인수, 상장폐지, 수익실현 후 매각 수순
    PEF,글로벌 도약 앞둔 K미용의료기기에 최대 장애
    인수기업 중장기 투자 뒷전, 단물만 빤다는 지적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최근 급성장하는 K바이오 가운데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수 있는 역량이 월등한 분야를 꼽는다면 단연 미용의료기기 업계다.

미용의료기기는 크게 보면 IT기기와 다를바 없기에 세계적 IT기기 강국답게 이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발군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가 힘을 실어주면서, K미용의료기기는 그야말로 사업을 하는데 있어 최적의 시절인연을 만났다는 평가다.

K미용의료기기 주요 업체들을 보면 매년 매출은 50% 안팎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을뿐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50~60%를 넘나들며 전업종을 통틀어 최고 수익을 자랑한다. K미용의료기기는 제품 기술력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하게 펄펄나는 모습이다.

일취월장하는 K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이 넘쳐나다 보니 자본시장에서도 군침을 삼키며 입도선매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산업 전방위적으로 무한식탐을 과시하며 덩치를 급격하게 불려가고 있는 사모펀드(PEF)가 대표적이다.

이미 K미용의료기기 분야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휴젤, 클래시스,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올 등이 잇달아 PEF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PEF는 이들 피인수 기업외에 그나마 남아있는 성장성이 돋보이는 K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어 앞으로 그 리스트는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 미용의료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PEF의 수중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창업 후 회사 몸값을 키워 PEF에게 천문학적 금액을 받고 출구를 모색하는 것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 자본 시장에서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관행이다. 시시비비를 가릴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제 막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K미용의료기기 업계에게는 다른 얘기다.

Image by ChatGPT
반도체, 자동차, 조선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판으로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도약할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사업 초기단계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투자이익을 절대시하는 PEF에 속속 넘어가고 있는 현실은 한국경제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대표적 K미용의료기기 유망주들을 인수한 PEF 절반 이상은 모두 외국계 자본이라는 점에서 K미용의료기기 산업의 원천 경쟁력이 송두리째 외국기업에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K미용의료기기 산업은 글로벌 시장 쟁탈전에서 중간에 낙오하거나 고사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주지하다시피 PEF는 물론 예외는 있지만 대개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지양하고, 단기적 이익실현을 절대목표로 삼는 습성이 있다. PEF로 넘어가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상장폐지, 이익실현, 재매각의 수순을 밟게 되는 배경이다. 대부분 PEF는 인수한 기업들에 대한 미래 경쟁력 확보는 뒷전이고, 단물만 빨고 내팽게치는 경영관행을 철칙으로 삼고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K미용의료기기와 PEF의 결합은 PEF에게는 노다지를 캐는 금맥으로 작용할수는 있어도 한국의 미용의료기기 업계에게는 최악의 선택지가 될수 있다. 늙어가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그나마 발굴한 K미용의료기기 산업이 중간에 주저앉지 않고 부디 글로벌 플레이로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