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줄어도 씨앗은 남는다"…파이메드바이오, 암재발 해법 찾고 FDA 임상 1상 돌입
등록 2025-10-23 오전 9:30:28
- 노성구 파이메드바이오 대표 인터뷰
2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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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치료 뒤에도 되살아나는 종양 뿌리는 암줄기성 세포 때문입니다.”
노성구 파이메드바이오 대표(이학박사)는 “암 환자는 처음엔 항암치료로 암이 줄고, 완치됐다고 듣지만, 이후 전이되면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며 ‘재발과 전이의 근본 원인’이 암줄기성 세포에 있다고 짚었다.
암줄기성 세포는 암 덩어리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씨앗 세포’다. 보통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분열이 빠른 암세포를 중심으로 공격하지만, 암줄기성 세포는 분열 속도가 느리고 방어기전이 강해 쉽게 죽지 않는다. 이 세포는 치료가 끝난 뒤 다시 분열해 새로운 암세포 무리를 만들어내며 재발이나 전이의 원인이 된다. 즉, 암줄기성 세포를 제거하지 못하면 치료 후에도 암이 되살아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파이메드바이오는 암 재발의 뿌리로 지목되는 암줄기성 세포를 근본적으로 없앨 해법을 찾았다.
노 대표는 고려대학교 화학 학사 및 물리화학 석사를, 미국 UC 샌디에이고에서 의약화학 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이후 LG생명과학을 거쳐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창업했다. 그는 2건의 기술이전과 1건의 신약 승인을 이끌어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가 개발을 주도한 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Asellex)’는 제22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돼 상업화에 성공했다. 노 대표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에 표지 논문 선정을 비롯해 8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가 발명자로 이름을 올린 특허도 120여 건에 이른다.
이데일리는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위치한 파이메드바이오 본사를 찾아 노성구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다.
암줄기세포 3중 방어막, 모양 바꿔 도망가고, 잠들어
노성구 대표는 먼저 “기존 항암제는 눈에 보이는 암세포는 줄이지만, 암줄기성 세포에는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저항성 기전’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암줄기성 세포는 여러 겹의 방어막을 갖고 있어 어떤 치료를 해도 잘 죽지 않는다.
우선 암줄기성 세포는 항암제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더라도 펌프 단백질이 즉시 약물을 밖으로 내보내 약효를 무력화한다.
노 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게 ‘ABC 트랜스포터’ 라는 약물 배출 펌프”라며 “약이 들어오면 바로 쳐내 버린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암줄기성 세포는 모양을 바꿔 도망간다.
그는 “(암줄기성 세포는) 모양을 바꿔 전이해 버린다”며 “이는 상피-중간엽 전이(EMT) 현상으로, 암줄기성 세포가 형태를 변형해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종양을 만든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특히, 잠복에 귀재다.
노 대표는 “암줄기성 세포가 ‘휴먼’ 상태로 들어가 몸을 감싸버린다”며 “이때는 세포 분열이 거의 없어, 세포분열 단계에 작용하는 항암제나 방사선이 전혀 듣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전체 암 회로 멈추는 스위치 찾아내
노성구 파이메드바이오 대표는 “암줄기성 세포의 생존 신호는 여러 경로에서 동시에 활성화된다”며, “그 모든 신호의 교차점이 바로 핀원(Pin1)”이라고 설명했다.
핀원은 세포 안에서 여러 병적신호(Wnt, NF-κB, Hippo, JAK/STAT)를 핵 속으로 전달하는 ‘스위치 단백질’이다. 병이 생기면 이 효소가 과활성화돼 여러 신호가 동시에 켜지면서 암세포의 성장·전이·줄기성 유지를 촉진한다.
노 대표는 “지금까지는 각 신호경로(Wnt나 NF-κB 등)를 따로 차단하는 단일 표적 약물이 많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며 “핵심 스위치를 끊어야 전체 회로를 한 번에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핀원은 여러 암 관련 신호가 만나는 ‘허브(hub)’ 역할, 정상세포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아 부작용 위험이 낮은 효소라는 두 가지 이유로 가장 이상적인 표적이라는 것이다.
노 대표는 “핀원을 억제하면 병적 신호가 핵으로 전달되지 않아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같은 안정 상태로 돌아간다”면서 “병이 생겨도 진행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세포 들어간 첫 핀원 억제제 만들자 ‘게임체인저’
노 대표는 “핀원 억제제는 이전에도 많이 시도됐지만, 약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효소의 ‘활성부위’ 를 직접 겨냥했기 때문이다.
그는 “효소의 활성부위는 전하(극성)가 강한 곳이라, 그 자리에 결합하려면 약물도 전하를 많이 띠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분자는 물에는 잘 녹아도 세포막(소수성 층)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포 밖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실제 생체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파이메드바이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부위가 아닌 ‘알로스테릭’(allosteric) 부위를 공략했다. 이 부위는 전하가 적어 세포막을 통과하기 쉽고,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해 효소 기능을 간접적으로 멈추게 할 수 있다.
알로스테릭 부위는 자물쇠 옆에 있는 비밀버튼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여기에 다른 물질이 붙으면 단백질 모양이 바뀌어 열쇠구멍이 변하는 원리다.
노 대표는 “우리는 핀원 옆자리에 결합하는 물질을 찾아 설계했다”며 “물성을 조절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 효소를 억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파이메드바이오의 후보물질은 ① 세포막 투과성을 확보했고, ② 효소 억제력이 유지되며, ③ 병적 신호(Wnt·NF-κB·Hippo·EMT 등)를 한꺼번에 낮추는 다중 억제제 효능을 갖추고 있다.
회사는 PMB-212의 FDA 임상 1상을 내년 초 개시 목표로 잡았다. 규모는 약 36명, 임상결과보고서(CSR) 까지 약 1년 안팎을 전망한다. 이어 1b(환자, 병용·암종별 탐색) 로 넘어가 난소암·췌장암에서 재발 건수·무진행생존율(PFS) 중심의 개념입증을 빠르게 노린다. 섬유증은 경구 제형으로 연속 투약 전략을 병행한다.
노 대표는 “최근 활발하게 글로벌 빅파마와 데이터를 교류하며 대화 중”이라며 “안전성과 효능 입증을 통해 기술수출에 성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성구 파이메드바이오 대표(이학박사)는 “암 환자는 처음엔 항암치료로 암이 줄고, 완치됐다고 듣지만, 이후 전이되면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며 ‘재발과 전이의 근본 원인’이 암줄기성 세포에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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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줄기성 세포는 암 덩어리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씨앗 세포’다. 보통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분열이 빠른 암세포를 중심으로 공격하지만, 암줄기성 세포는 분열 속도가 느리고 방어기전이 강해 쉽게 죽지 않는다. 이 세포는 치료가 끝난 뒤 다시 분열해 새로운 암세포 무리를 만들어내며 재발이나 전이의 원인이 된다. 즉, 암줄기성 세포를 제거하지 못하면 치료 후에도 암이 되살아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파이메드바이오는 암 재발의 뿌리로 지목되는 암줄기성 세포를 근본적으로 없앨 해법을 찾았다.
노 대표는 고려대학교 화학 학사 및 물리화학 석사를, 미국 UC 샌디에이고에서 의약화학 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이후 LG생명과학을 거쳐 크리스탈지노믹스를 창업했다. 그는 2건의 기술이전과 1건의 신약 승인을 이끌어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가 개발을 주도한 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Asellex)’는 제22호 국산신약으로 허가돼 상업화에 성공했다. 노 대표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에 표지 논문 선정을 비롯해 8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가 발명자로 이름을 올린 특허도 120여 건에 이른다.
이데일리는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위치한 파이메드바이오 본사를 찾아 노성구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다.
암줄기세포 3중 방어막, 모양 바꿔 도망가고, 잠들어
노성구 대표는 먼저 “기존 항암제는 눈에 보이는 암세포는 줄이지만, 암줄기성 세포에는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저항성 기전’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암줄기성 세포는 여러 겹의 방어막을 갖고 있어 어떤 치료를 해도 잘 죽지 않는다.
우선 암줄기성 세포는 항암제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더라도 펌프 단백질이 즉시 약물을 밖으로 내보내 약효를 무력화한다.
노 대표는 “가장 기본적인 게 ‘ABC 트랜스포터’ 라는 약물 배출 펌프”라며 “약이 들어오면 바로 쳐내 버린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암줄기성 세포는 모양을 바꿔 도망간다.
그는 “(암줄기성 세포는) 모양을 바꿔 전이해 버린다”며 “이는 상피-중간엽 전이(EMT) 현상으로, 암줄기성 세포가 형태를 변형해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종양을 만든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특히, 잠복에 귀재다.
노 대표는 “암줄기성 세포가 ‘휴먼’ 상태로 들어가 몸을 감싸버린다”며 “이때는 세포 분열이 거의 없어, 세포분열 단계에 작용하는 항암제나 방사선이 전혀 듣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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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암 회로 멈추는 스위치 찾아내
노성구 파이메드바이오 대표는 “암줄기성 세포의 생존 신호는 여러 경로에서 동시에 활성화된다”며, “그 모든 신호의 교차점이 바로 핀원(Pin1)”이라고 설명했다.
핀원은 세포 안에서 여러 병적신호(Wnt, NF-κB, Hippo, JAK/STAT)를 핵 속으로 전달하는 ‘스위치 단백질’이다. 병이 생기면 이 효소가 과활성화돼 여러 신호가 동시에 켜지면서 암세포의 성장·전이·줄기성 유지를 촉진한다.
노 대표는 “지금까지는 각 신호경로(Wnt나 NF-κB 등)를 따로 차단하는 단일 표적 약물이 많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며 “핵심 스위치를 끊어야 전체 회로를 한 번에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핀원은 여러 암 관련 신호가 만나는 ‘허브(hub)’ 역할, 정상세포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아 부작용 위험이 낮은 효소라는 두 가지 이유로 가장 이상적인 표적이라는 것이다.
노 대표는 “핀원을 억제하면 병적 신호가 핵으로 전달되지 않아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같은 안정 상태로 돌아간다”면서 “병이 생겨도 진행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세포 들어간 첫 핀원 억제제 만들자 ‘게임체인저’
노 대표는 “핀원 억제제는 이전에도 많이 시도됐지만, 약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연구가 효소의 ‘활성부위’ 를 직접 겨냥했기 때문이다.
그는 “효소의 활성부위는 전하(극성)가 강한 곳이라, 그 자리에 결합하려면 약물도 전하를 많이 띠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분자는 물에는 잘 녹아도 세포막(소수성 층)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포 밖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실제 생체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파이메드바이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부위가 아닌 ‘알로스테릭’(allosteric) 부위를 공략했다. 이 부위는 전하가 적어 세포막을 통과하기 쉽고,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해 효소 기능을 간접적으로 멈추게 할 수 있다.
알로스테릭 부위는 자물쇠 옆에 있는 비밀버튼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여기에 다른 물질이 붙으면 단백질 모양이 바뀌어 열쇠구멍이 변하는 원리다.
노 대표는 “우리는 핀원 옆자리에 결합하는 물질을 찾아 설계했다”며 “물성을 조절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 효소를 억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파이메드바이오의 후보물질은 ① 세포막 투과성을 확보했고, ② 효소 억제력이 유지되며, ③ 병적 신호(Wnt·NF-κB·Hippo·EMT 등)를 한꺼번에 낮추는 다중 억제제 효능을 갖추고 있다.
회사는 PMB-212의 FDA 임상 1상을 내년 초 개시 목표로 잡았다. 규모는 약 36명, 임상결과보고서(CSR) 까지 약 1년 안팎을 전망한다. 이어 1b(환자, 병용·암종별 탐색) 로 넘어가 난소암·췌장암에서 재발 건수·무진행생존율(PFS) 중심의 개념입증을 빠르게 노린다. 섬유증은 경구 제형으로 연속 투약 전략을 병행한다.
노 대표는 “최근 활발하게 글로벌 빅파마와 데이터를 교류하며 대화 중”이라며 “안전성과 효능 입증을 통해 기술수출에 성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완 2pa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