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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의약품 관세 200% 폭탄?...K-바이오 대응 방안은

등록 2025-07-10 오전 10: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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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의약품에 대해 최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2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25% 내외의 관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제약협회(PhRMA)는 지난달 27일 의견서를 통해 한국이 미국 수출 의약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해 미국에 피해를 주는 국가라고 지목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고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미국이 한국에서 수입한 의약품 규모는 39억 7000만 달러(약 5조 45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서 매출이 큰 한국 제약 기업으로는 셀트리온(068270), 에스케이바이오팜(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이 있다. 셀트리온은 2024년 1분기 북미시장 매출 6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로 미국 시장에서 133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47% 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1분기 미국 시장 매출이 5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 발표를 앞두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가 한국산 의약품 관세 높이는 까닭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정책 배경에는 미국 제약업계의 강력한 로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제약협회는 지난달 27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이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참고해 신약 가격을 책정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복수 기관이 신약을 평가하느라 신약 허가부터 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23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2014년 전 세계에서 출시된 신약 500개 중 20%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며, 신약 출시부터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지급까지 평균 40개월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미 수출액 추이 (자료=한국제약바이오협회, 챗GPT 재가공)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지만, 외국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어 결국 미국이 연구개발비를 전적으로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은 2024년 39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9% 급증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한국이 미국의 의약품 수입국 16위에 올랐다. 특히 바이오의약품(HS 3002)이 37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94.2%를 차지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 제약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미국산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제약사에 지급하는 보험 급여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만약 이대로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면 아예 수출을 포기하는 바이오 기업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관세율과 유예기간 등이 확정된 후 본격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의 대응 방안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이후 다양한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능력 확대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 시장 진출을 통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의약품 관세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이달 말 공개된 이후 상세한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먼저 셀트리온은 단기부터 장기까지 3단계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2년분의 재고 보유를 완료했고 향후 상시 2년분의 재고를 보유할 계획이다. 중기 전략으로는 미국 판매 제품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현지 CMO(위탁생산) 파트너와 계약을 완료했다. 장기 전략으로는 미국 생산시설 보유 회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내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결정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내년 말까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의약품 관세 정책 타임라인(자료=한국바이오협회, 챗GPT 재가공)
    SK바이오팜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미 미국 내 FDA 승인을 받은 생산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어 관세가 확정될 경우 미국 생산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특히 푸에르토리코 등 미국령 내 제조시설 승인 신청을 완료했으며 현지 실사까지 마친 상태다.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서 판매할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동훈 SK바이오팜 회장은 “장기적인 리스크까지 모두 관리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생산한 후 캐나다에 위치한 완제 생산시설에서 패키징을 거쳐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였으나, 미국 내 생산 설비를 구축해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공장 인수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관세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시밀러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관세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200%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도 제기한다.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인상을 초래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미국민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미국의 제네릭 및 원료의약품의 높은 수입 의존도와 미국 제약업계의 반발, 환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으로 실제 200%라는 관세율이 최종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당장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미국 생산 시설에 의약품 생산을 맡기더라도 기술이전이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 등에 2년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자본도 국내에 공장을 지을 때보다 3배 가량 많이 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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