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죽음의 계곡' 버틴 프로지니어…앞으로 '한방'은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항암백신 개발사 프로지니어가 바이오텍이 거쳐야 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4년 전 진행한 시리즈 A 때의 프리밸류 754억원은 올 5월 기준 170억원으로 내려왔지만, 올해엔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여러 모멘텀이 발생할 것을 기대한다.
회사는 자금조달 난항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했고 올해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림프종 대상 임상 1상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나아가 면역증강제 플랫폼의 국내외 기술이전을 동시에 추진한다.
일련의 움직임에 증폭제가 되어줄 인물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연초 합류한 안병철 연구소장(전무) 얘기다. 안 연구소장은 차백신연구소(261780) 창립멤버이자 연구경력 26년차의 전문가로, 프로지니어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데일리는 서울시 구로구 프로지니어 본사에서 안 연구소장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항암백신 성공방정식 제시…‘개인맞춤형’, ‘면역증강제’
올 3월 프로지니어 사내이사로 취임한 안병철 연구소장은 코스닥 상장사 차백신연구소에서 만 25년을 보낸 백신 전문가다. 안 연구소장은 충북대 생화학 학·석사, 연세대 생물소재공학협동과 박사를 졸업했다. 1997년부터 2000년 사이 녹십자 그룹의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0년 차백신연구소의 전신인 두비엘에 창립멤버로 참여해 2021년 차백신연구소 기술특례 상장 과정을 함께 했다. 최근까지 회사의 핵심 연구인력으로 재직했다. 그런 그가 작은 스타트업인 프로지니어로 이직한 것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안 소장은 “프로지니어는 세포성 면역반응 유도에 탁월한 효능을 갖는 물질로 잘 알려진 TLR 7/8 agonist를 이용해서, 부작용은 낮추고 효과는 강화할 수 있도록 변형해 개발한 독자적 면역증강제 ‘ProLNG’(프로롱)의 물질 특허를 보유했다”며 “(나 또한) 재조합 단백질과 치료백신, 면역증강제 방면으로 꾸준히 연구해왔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합류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신은 면역세포를 조기교육시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이 몸에 침투했을 때 이들을 사멸시키는 ‘예방백신’이다. 반면 항암백신은 발병 이후 면역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알아볼 수 있게 교육시키는 ‘치료백신’”이라며 “교육받은 면역세포가 꾸준히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암 재발율도 낮고 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암백신 시장 규모가 2023년 90억원에서 2033년 242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하게 모더나와 MSD가 임상 2·3상, 바이오엔텍과 로슈가 임상 2상, 큐어백이 임상 1상 단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애스톤사이언스가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제넥신이 자궁경부암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허가를 받은 항암백신은 전세계적으로 전무해, 개발 및 공정이 까다로운 어려운 영역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 연구소장은 “항암백신이 성공하려면 환자개인맞춤형으로 가야하며 면역증강제가 병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세포는 유전적 다양성(변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암세포에만 존재하면서 모든 환자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항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많은 연구 그룹에서 신생항원(neoantigen)을 찾아 개인 맞춤형 백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프로지니어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ProV-001’ 또한 클론 특이적인 항원을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 백신”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맞춤형 항원 생산에는 6개월~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따르는데, 프로지니어는 ‘무세포 단백질 발현 기술’을 활용해 4주 이내에 치료제를 환자에 투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며 “더불어 강력한 세포성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면역증강제 ProLNG을 이용해 효능을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연구 그룹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프리밸류 170억…펀딩 진행 중
프로지니어는 2018년 12월 암 진단키트 회사로 출발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을 기점으로 진단키트 회사들이 폭풍 성장할 때 암 진단에 집중하던 관계로 수혜를 누리지 못했고 이후 항암백신 연구로 피벗했다.
프로지니어의 마지막 공식 조달은 2021년 진행한 시리즈 A 라운드다. 당시 754억원의 프리밸류(투자전 기업가치)에 10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이후로는 펀딩 혹한기가 도래해,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의 팔로우온 투자로 어렵게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주요 FI는 윈베스트벤처투자, 프렌드투자파트너스 등이다. 이들은 각각 누적 100억원가량의 자금을 프로지니어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프로지니어는 시리즈 A 조달금으로 ProV-001의 GLP독성 시험 및 임상 시료 생산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펀딩 혹한기에 자금을 아껴쓰며 모든 계획이 지연됐다. 더 이상의 지연은 안된다는 결단으로 마침내 작년 독성 시험을 완료했고, 시험을 진행한 비임상 CRO HLB바이오스텝(278650)(옛 노터스)이 물질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자체적으로 5억원 규모의 전략투자를 단행할 만큼 독성시험 결과는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백신실용화 사업단 과제선정으로 12억원,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과제선정으로 20억원을 각각 확보해 지분희석 없는 자금을 마련했다.올 5월 중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5억원을 확보했다. 주당발행가는 2만742원으로, 기발행주식수에 대입한 프리밸류는 4년전 대비 78%가량 하향조정된 170억원이었다.
안 연구소장은 “올해 ‘ProV-001’의 1상 계획(IND)을 신청해서 2026년~2027년에는 투약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지역은 미국, 호주, 국내 등을 생각 중이고 도합 100억~12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적인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달아 국책과제에 선정된 점에서 프로지니어의 기술력과 사업성이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나머지 연구 자금의 확보에 대한 활로를 찾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면역증강제로 활용되는 TLR(Toll-like receptor) agonist는 선천적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이용해서 개발했기 때문에 독성이 있다. 박테리아 등에 감염 시 급격한 면역반응(cytokine storm)으로 쇼크가 올 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게 숙제”라며, “프로지니어의 TLR7 agonist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을 콜레스테롤을 이용해서 차단시켰다. 이 콜레스테롤의 결합이 생체내 효소와 반응해 끊어질 경우 면역반응이 일어나는데, 투여된 부분에서 서서히 끊어지면서 서서히 약물이 방출되기 때문에 독성이 감소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TLR agonist는 물질이 작기 때문에 투여 시 혈관을 통해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많은 양을 넣어줘야 효과를 보지만, 체내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 또한 난관”이라며 “프로지니어의 면역증강제는 콜레스테롤을 붙여놓은 효과로 물질 크기가 3배 정도 커져서 체내에 퍼지는 속도가 느리고 기존 방식보다 1/3배만 투약해도 약효를 낸다는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해당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국내외 제약사들과 기술협업을 논의 중이며 연내 1건의 기술이전을 이루는게 목표다.
프로지니어에는 현재 13명의 핵심인력이 재직 중이며 앞으로 연구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다. 원활한 인재영입을 위해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본점을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전할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사는 자금조달 난항에도 구조조정을 통해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했고 올해 혈액암의 일종인 B세포 림프종 대상 임상 1상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나아가 면역증강제 플랫폼의 국내외 기술이전을 동시에 추진한다.
일련의 움직임에 증폭제가 되어줄 인물도 외부에서 영입했다. 연초 합류한 안병철 연구소장(전무) 얘기다. 안 연구소장은 차백신연구소(261780) 창립멤버이자 연구경력 26년차의 전문가로, 프로지니어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데일리는 서울시 구로구 프로지니어 본사에서 안 연구소장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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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프로지니어 사내이사로 취임한 안병철 연구소장은 코스닥 상장사 차백신연구소에서 만 25년을 보낸 백신 전문가다. 안 연구소장은 충북대 생화학 학·석사, 연세대 생물소재공학협동과 박사를 졸업했다. 1997년부터 2000년 사이 녹십자 그룹의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0년 차백신연구소의 전신인 두비엘에 창립멤버로 참여해 2021년 차백신연구소 기술특례 상장 과정을 함께 했다. 최근까지 회사의 핵심 연구인력으로 재직했다. 그런 그가 작은 스타트업인 프로지니어로 이직한 것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안 소장은 “프로지니어는 세포성 면역반응 유도에 탁월한 효능을 갖는 물질로 잘 알려진 TLR 7/8 agonist를 이용해서, 부작용은 낮추고 효과는 강화할 수 있도록 변형해 개발한 독자적 면역증강제 ‘ProLNG’(프로롱)의 물질 특허를 보유했다”며 “(나 또한) 재조합 단백질과 치료백신, 면역증강제 방면으로 꾸준히 연구해왔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합류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신은 면역세포를 조기교육시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이 몸에 침투했을 때 이들을 사멸시키는 ‘예방백신’이다. 반면 항암백신은 발병 이후 면역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알아볼 수 있게 교육시키는 ‘치료백신’”이라며 “교육받은 면역세포가 꾸준히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암 재발율도 낮고 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암백신 시장 규모가 2023년 90억원에서 2033년 242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하게 모더나와 MSD가 임상 2·3상, 바이오엔텍과 로슈가 임상 2상, 큐어백이 임상 1상 단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애스톤사이언스가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제넥신이 자궁경부암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허가를 받은 항암백신은 전세계적으로 전무해, 개발 및 공정이 까다로운 어려운 영역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 연구소장은 “항암백신이 성공하려면 환자개인맞춤형으로 가야하며 면역증강제가 병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세포는 유전적 다양성(변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암세포에만 존재하면서 모든 환자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항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많은 연구 그룹에서 신생항원(neoantigen)을 찾아 개인 맞춤형 백신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프로지니어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ProV-001’ 또한 클론 특이적인 항원을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 백신”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맞춤형 항원 생산에는 6개월~1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이 따르는데, 프로지니어는 ‘무세포 단백질 발현 기술’을 활용해 4주 이내에 치료제를 환자에 투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며 “더불어 강력한 세포성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면역증강제 ProLNG을 이용해 효능을 보강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연구 그룹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프리밸류 170억…펀딩 진행 중
프로지니어는 2018년 12월 암 진단키트 회사로 출발했다. 코로나19 감염병을 기점으로 진단키트 회사들이 폭풍 성장할 때 암 진단에 집중하던 관계로 수혜를 누리지 못했고 이후 항암백신 연구로 피벗했다.
프로지니어의 마지막 공식 조달은 2021년 진행한 시리즈 A 라운드다. 당시 754억원의 프리밸류(투자전 기업가치)에 10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이후로는 펀딩 혹한기가 도래해,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의 팔로우온 투자로 어렵게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주요 FI는 윈베스트벤처투자, 프렌드투자파트너스 등이다. 이들은 각각 누적 100억원가량의 자금을 프로지니어에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프로지니어는 시리즈 A 조달금으로 ProV-001의 GLP독성 시험 및 임상 시료 생산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펀딩 혹한기에 자금을 아껴쓰며 모든 계획이 지연됐다. 더 이상의 지연은 안된다는 결단으로 마침내 작년 독성 시험을 완료했고, 시험을 진행한 비임상 CRO HLB바이오스텝(278650)(옛 노터스)이 물질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자체적으로 5억원 규모의 전략투자를 단행할 만큼 독성시험 결과는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백신실용화 사업단 과제선정으로 12억원,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과제선정으로 20억원을 각각 확보해 지분희석 없는 자금을 마련했다.올 5월 중에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5억원을 확보했다. 주당발행가는 2만742원으로, 기발행주식수에 대입한 프리밸류는 4년전 대비 78%가량 하향조정된 170억원이었다.
안 연구소장은 “올해 ‘ProV-001’의 1상 계획(IND)을 신청해서 2026년~2027년에는 투약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지역은 미국, 호주, 국내 등을 생각 중이고 도합 100억~12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적인 투자유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달아 국책과제에 선정된 점에서 프로지니어의 기술력과 사업성이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나머지 연구 자금의 확보에 대한 활로를 찾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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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TLR agonist는 물질이 작기 때문에 투여 시 혈관을 통해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많은 양을 넣어줘야 효과를 보지만, 체내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 또한 난관”이라며 “프로지니어의 면역증강제는 콜레스테롤을 붙여놓은 효과로 물질 크기가 3배 정도 커져서 체내에 퍼지는 속도가 느리고 기존 방식보다 1/3배만 투약해도 약효를 낸다는 장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해당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국내외 제약사들과 기술협업을 논의 중이며 연내 1건의 기술이전을 이루는게 목표다.
프로지니어에는 현재 13명의 핵심인력이 재직 중이며 앞으로 연구인력을 보충할 계획이다. 원활한 인재영입을 위해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본점을 송파구 문정동으로 이전할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임정요 kayla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