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이오산업, 이재명 정부의 역할은[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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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이 다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우선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 바이오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유도하되, 유망한 신생기업들은 기업공개(IPO)나 투자유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상장 유지 조건인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이나 매출 요건 등의 완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초기 단계의 비상장 바이오기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특히 초기 펀딩단계에도 자금이 퍼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투자 생리는 엑시트(exit)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시리즈 C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같은 후반 단계에만 자금이 몰리는 현실을 감안해 300억원 이하의 소형 펀드를 다수 조성하고 이를 중형 펀드와 연계하는 방식의 투자 생태계를 정부 주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첫 번째 법안인 상법 개정안도 바이오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의 충실의무를 신설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을 확대 적용해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도록 했다.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한 바이오 산업 특성상 주가 조작과 같은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단기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정책 일관성을 바탕으로 바이오 생태계 전반을 정비하는 데 나서야 한다. 바이오 산업의 생명력은 ‘기술력’이지만 이를 꽃피우기 위해선 ‘자금’과 ‘신뢰’라는 두 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호흡하며 바이오 강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할 때다.
김새미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