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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영 교수 "와이브레인 임산부 우울증약, 확실한 효능 확인"

등록 2025-06-25 오후 3: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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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10년 전쯤, 평소처럼 진료를 보고 있었는데 임신 20주 차였던 한 30대 산모가 갑자기 ‘당장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달라’고 극단적인 호소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특별한 증세가 없던 산모였기에 심각한 우울증 상태였다는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산모 우울증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조희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제공= 와이브레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조희영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산모 우울증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조 교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와이브레인의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은 총 125명 목표를 모집으로 하며 현재까지 등록된 환자 수는 70여 명이다. 올해 말 임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약물치료가 제한적인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국내 첫 대규모 전자약 실증 임상이다.

    우울증, 불면증 지표 모두 개선

    최근 22명 대상 임상 중간 결과, 마인드스팀을 쓴 주산기(임신 준비 중인 여성부터 임신 중, 출산 후 6개월 이내) 여성들은 6주간 재택 자가치료만으로 주요 우울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우울증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심리검사 도구 중 하나인 벡우울척도(K-BDI-II) 점수 범위가 18~28점으로 나와, 경도·중등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마인드스팀을 착용한 임산부는 K-BDI-II 점수가 평균 6.5점, K-EPDS(산후우울증척도)가 5.3점 각각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통계적 유의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P값 역시 기준인 0.05를 밑돌며 치료 효과 신뢰도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우울증 중등도를 평가하는 지표인 MADRS와 한국판 불면증 지표인 ISI-K에서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6명 중 1명 산후우울증…마인드스팀, 대안 ‘급부상’

    조 교수가 지난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출산한 여성 6명 중 1명꼴로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산모의 정신건강 문제가 중요해 지고 있다.

    조 교수는 “요즘 외래에 내원하는 산모들 중 35세 미만은 거의 없고, 49세 산모도 드물지 않다”며 “이들은 임신성 당뇨 등 건강 문제에 더 취약한데, 이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발병 확률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인드스팀은 주산기 우울증 치료에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효과를 입증하면서 약물 치료가 어려운 임산부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인드스팀은 헤어밴드 형태로 머리에 착용하는 처방용 우울증 치료 기기다. 우울증 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좌측 전두엽 기능 저하 현상에 주목해 이마 부위에 미세 전류를 전달함으로써 전두엽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유도한다.

    현재 국내에서 누적 처방 건수 20만 건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하루 30분 정도 착용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착용 중 수면을 제외하면 일상 활동에 큰 제약이 없고, 자극 세기와 시간은 의료진이 미리 처방하는 방식이어서 약물과 달리 오남용 우려도 적다.

    마인드스팀은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허가를 받았다. 2022년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 유예 대상으로 선정, 비급여 고시를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인 비급여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2026년까지 신의료기술 등재가 목표다.

    조 교수에 따르면 마인드스팀을 적용한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이 편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산모들은 출산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치료 효과의 지속 기간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조 교수는 “언제 다시 마인드스팀을 사용해야 하는지,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며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지속 효과에 대한 임상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인드스팀 임상 외에도 조 교수는 산모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모를 위한 챗봇’이다. 산모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을 정리해 산부인과 전문의 10명이 자문하고 검수까지 거친 의료 정보만 담았다. 카카오톡 ‘친구추가’를 통해 임산부 누구나 챗봇에게 질문하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산모의 정신건강 관리 앱인 ‘아베크맘’도 있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자가진단과 인지행동치료(CBT) 기반 자가 치료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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