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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단독]손잡자더니 경쟁 장비로…글로벌사 신제품, 큐리옥스 기술 도용 의혹

등록 2026-10-19 오후 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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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글로벌 유세포분석 1위 사업자 워터스(구 BD 바이오사이언스, 벡톤 디킨슨)가 원심분리 없이 세포를 세척하는 신규 전처리 장비를 내놓는다.

    이를 두고 국내 바이오 장비기업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445680)(이하 큐리옥스)의 기술을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사가 지난해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협력을 논의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큐리옥스는 현재 특허 침해 관련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제품 모습 (사진=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제품 모습 (사진=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NDA 맺고 시연·시제품까지…연락 끊긴 뒤 닮은꼴 신제품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워터스는 내달 13일(미국 태평양 시간) 웨비나를 열고 ‘BD FACS360 샘플 전처리 시스템’을 처음 소개한다. 회사 제품 소개 페이지를 보면 이 장비는 원심분리 없는 세포 세척, 항체 칵테일링, 세포 내·외부 염색, 고정·투과 공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자동화한다. 코딩 없이 화면 안내에 따라 실험 프로토콜을 설정하는 소프트웨어 ‘익스페리먼트 플래너’도 탑재했다.

    이런 구성은 큐리옥스의 주력 제품 ‘플루토 워크스테이션’과 상당 부분 겹친다. 큐리옥스는 원심분리 없이 세포를 세척하는 독자 기술 ‘C-FREE’를 앞세워 왔다. 지난 6월 미국 CYTO 2026 학회에서는 항체 칵테일링 위저드와 워크플로 위저드를 공개했다. 비원심 세척, 칵테일링 자동화, 코딩 없는 실행이라는 세 축이 그대로 맞물리는 셈이다.

    제보에 따르면 양사 협의는 지난해 초 BD 측이 플루토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측은 NDA를 체결했고, 여기에는 역설계와 무단 복제를 금지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큐리옥스는 지난해 7~8월 BD 사업장에서 장비를 시연하고 직원 교육을 진행했다. 10~11월에는 BD 요청으로 워크플로 위저드와 항체 칵테일링 위저드 시제품을 제공했다는 게 제보 내용이다. OEM 조건을 담은 조건서(텀시트)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 BD 측과의 소통은 사실상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은 큐리옥스가 투자자들에게 밝혀온 내용과도 맞물린다. 큐리옥스는 지난해 10월 투자자 레터에서 유세포분석기 회사와의 협업 방식을 묻는 질문에 “주로 OEM 방식의 제품 판매가 논의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레터에서 BD와의 공동개발 진척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터스가 공개한 FACS360 기술 사양서는 올해 8월, 홍보 전단은 9월 작성본이다. 어디에도 세척 방식이나 기술 출처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제보자 측은 BD나 워터스가 비원심 세포 세척과 관련해 출원한 특허나 학회 발표 이력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특허는 출원 후 공개까지 통상 1년 6개월이 걸린다. 공개 자료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독자 개발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공개된 하드웨어 사양은 미국 오픈트론스의 범용 액체핸들러 ‘플렉스’와 사실상 같다. 범용 로봇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얹은 구조일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큐리옥스의 소프트웨어 ‘플루토 코드’도 오픈트론스 등 타사 액체핸들러에 C-FREE 세척 기능을 구현하는 제품이다.

    원심 강자가 비원심으로…큐리옥스엔 ‘위기’인가 ‘인증’인가

    의혹과 별개로 시장은 워터스의 행보 자체에 주목한다. BD는 원심분리 공정을 통합한 임상용 자동 전처리 장비 ‘FACSDuet’을 상용화한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연구용 신제품에서는 원심분리 없는 세척을 핵심 기능으로 내세웠다. 큐리옥스에 따르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유세포분석 표준화 컨소시엄은 지난달 학술지에 실린 1차 논문에서 시료 전처리 자동화를 ‘필요한 다음 단계’로 지목했다. 업계 흐름이 비원심 자동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다.

    큐리옥스는 공식적으로는 긍정 평가를 내놨다. 회사는 지난 15일 투자자 레터에서 “대형 장비사가 전처리 자동화 시장에 들어왔다”며 “고객에게 자동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대형사가 알려 주고, 그만큼 당사 매출의 속도는 빨라진다”고 밝혔다. 다만 특정 기업을 지목한 질문에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연매출 52억원 규모의 큐리옥스가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1위 사업자와 같은 시장에서 맞붙게 되면, ‘유일한 자동화 기술’이라는 프리미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NIST 2차 스터디에서 자동화 방식을 제공한 기업은 큐리옥스뿐이다. 표준화 데이터가 공개되면 기술 우위를 입증할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쟁점은 결국 두 가지로 모인다. FACS360의 세척 기술이 언제, 어떤 경로로 개발됐는지가 첫째다. 둘째는 협의 과정에서 건네진 정보가 NDA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쓰였는지다. 내달 웨비나에서 워터스가 세척 원리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큐리옥스가 실제로 법적 대응에 나설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바이오 소부장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회사의 고유 기술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은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소송의 경우에도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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