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뉴코(NewCo)요?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써먹었던 오래된 전략 아닌가요?”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최근 새로운 기술거래 트렌드로 떠오른 뉴코에 대해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그 후에 잘 되니까 요즘 바이오텍들이 그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면서 “뉴코라는 새로운 용어를 써서 그렇지, 예전부터 있었던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질적인 성공 사례도 거의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뉴코란 뉴 컴퍼니(New Company)의 줄임말로 기존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정 자산(asset)을 떼어 별도 법인을 설립해 밴처캐피털(VC)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고 신약 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글로벌 빅파마 출신 인력이 경영을 맡아 의사결정이 빠르고, 1~2개 핵심 파이프라인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전략을 취한다.
말 많았던 ABL과 트리거 기술이전 계약…결말은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18년 11월 미국 트리거 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에 이중항체 신약후보물질 5개를 총 5억9500만달러(약 6673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해 ‘ABL001’을 추가 도입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에이비엘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리거를 창업한 조지 위(George Uy) 대표의 경력과 회사 실체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지 위는 로슈에서 고위 경영진으로 재직했던 인물로 소렌토 테라퓨틱스,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 등을 거쳐 트리거를 창업했다. 이 중 소렌토는 유한양행(000100)과, 스펙트럼은 한미약품(128940)과 파트너십을 맺은 법인이라 국내 제약업계에도 알려진 인물이었다.
이후 소렌토와 스펙트럼은 파산, 상장폐지 위험 등 굴곡을 겪었다. 소렌토는 2023년 2월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지난해 4월 회생계획 효력이 발생한 상태다. 스펙트럼은 2022년 11월 상장폐지 경고 서한을 받았다가 2023년 5월 어썰티오홀딩스(Assertio Holdings)에 인수되면서 기사회생했다.
트리거가 2021년 5월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에 자회사로 인수되면서 조지 위는 컴퍼스 이사회로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트리거가 이중항체 5종을 묶어서 기술이전했던 계약은 종료되고 ABL001에 대한 권리만 컴퍼스로 이전됐다. 컴퍼스는 지난달 1억2000만달러(약 1680억원) 규모로 공모자금을 조달하면서 이 중 일부가 ABL001(토베시미그)의 초기 상용화 준비에 쓰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리거로 기술이전된 신약후보물질들이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에이비엘바이오는 꾸준히 기술이전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결국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사노피에 ‘ABL301’을 10억6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에, 올해 4월에는 GSK에 IGF1R 기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21억4010만파운드(약 4조1100억원)에 기술이전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서 확산되는 뉴코 딜…“빅파마보다 낫다?”
업계 관계자는 “뉴코로 기술이전 실적을 일단 만들어서 살아남고 보자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투자 빙하기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바이오벤처 중에선 뉴코와 협업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최근 디앤디파마텍(347850), 나이벡(138610), 에이비온(203400) 등이 뉴코에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면서 이러한 형태의 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업체들은 계약 상대방 미공개로 인해 의혹의 시선을 받았지만 뉴코와의 기술이전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바이오텍이 빅파마에 기술이전을 원하겠지만 뉴코에 기술이전 후 트랙 레코드를 쌓고 빅파마로 기술이전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형태의 기술이전은 향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역량 있는 뉴코와의 협업 확대는 K바이오 신약개발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뉴코에 대해 색안경을 쓸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뉴코는 라이선스인해서 해당 파이프라인을 직접 개발하거나 빅파마에 이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빅파마와 달리 1~2개의 파이프라인에 올인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파마로 기술이전된다고 해서 진짜 해당 파이프라인의 신약 개발이 잘 될지는 모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기술 죽이기 목적으로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계약 당시엔 유망한 파이프라인이라고 인수해놓고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파이프라인이 발견되니 드롭하면서 서서히 고사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 뉴코 기술이전 성공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진 않은 상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디앤디파마텍과 멧세라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검증이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허 연구원은 “(뉴코 기술이전 사례가) 모두 멧세라와 같지 않을 수 있어 기술이전 파트너사에 대한 정보가 기업가치 평가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며 “뉴코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설립 경험을 보유한 VC의 협력 여부 및 자금 조달 역량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최근 새로운 기술거래 트렌드로 떠오른 뉴코에 대해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그 후에 잘 되니까 요즘 바이오텍들이 그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면서 “뉴코라는 새로운 용어를 써서 그렇지, 예전부터 있었던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실질적인 성공 사례도 거의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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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았던 ABL과 트리거 기술이전 계약…결말은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18년 11월 미국 트리거 테라퓨틱스(TRIGR Therapeutics)에 이중항체 신약후보물질 5개를 총 5억9500만달러(약 6673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해 ‘ABL001’을 추가 도입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에이비엘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리거를 창업한 조지 위(George Uy) 대표의 경력과 회사 실체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조지 위는 로슈에서 고위 경영진으로 재직했던 인물로 소렌토 테라퓨틱스,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 등을 거쳐 트리거를 창업했다. 이 중 소렌토는 유한양행(000100)과, 스펙트럼은 한미약품(128940)과 파트너십을 맺은 법인이라 국내 제약업계에도 알려진 인물이었다.
이후 소렌토와 스펙트럼은 파산, 상장폐지 위험 등 굴곡을 겪었다. 소렌토는 2023년 2월 파산 보호를 신청한 뒤 지난해 4월 회생계획 효력이 발생한 상태다. 스펙트럼은 2022년 11월 상장폐지 경고 서한을 받았다가 2023년 5월 어썰티오홀딩스(Assertio Holdings)에 인수되면서 기사회생했다.
트리거가 2021년 5월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에 자회사로 인수되면서 조지 위는 컴퍼스 이사회로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트리거가 이중항체 5종을 묶어서 기술이전했던 계약은 종료되고 ABL001에 대한 권리만 컴퍼스로 이전됐다. 컴퍼스는 지난달 1억2000만달러(약 1680억원) 규모로 공모자금을 조달하면서 이 중 일부가 ABL001(토베시미그)의 초기 상용화 준비에 쓰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리거로 기술이전된 신약후보물질들이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에이비엘바이오는 꾸준히 기술이전 트랙 레코드를 쌓았다. 결국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 사노피에 ‘ABL301’을 10억6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에, 올해 4월에는 GSK에 IGF1R 기반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21억4010만파운드(약 4조1100억원)에 기술이전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서 확산되는 뉴코 딜…“빅파마보다 낫다?”
업계 관계자는 “뉴코로 기술이전 실적을 일단 만들어서 살아남고 보자는 전략을 취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투자 빙하기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바이오벤처 중에선 뉴코와 협업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최근 디앤디파마텍(347850), 나이벡(138610), 에이비온(203400) 등이 뉴코에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면서 이러한 형태의 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업체들은 계약 상대방 미공개로 인해 의혹의 시선을 받았지만 뉴코와의 기술이전이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바이오텍이 빅파마에 기술이전을 원하겠지만 뉴코에 기술이전 후 트랙 레코드를 쌓고 빅파마로 기술이전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형태의 기술이전은 향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역량 있는 뉴코와의 협업 확대는 K바이오 신약개발 산업 성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뉴코에 대해 색안경을 쓸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뉴코는 라이선스인해서 해당 파이프라인을 직접 개발하거나 빅파마에 이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빅파마와 달리 1~2개의 파이프라인에 올인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파마로 기술이전된다고 해서 진짜 해당 파이프라인의 신약 개발이 잘 될지는 모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기술 죽이기 목적으로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계약 당시엔 유망한 파이프라인이라고 인수해놓고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파이프라인이 발견되니 드롭하면서 서서히 고사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 뉴코 기술이전 성공 사례가 충분히 축적되진 않은 상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디앤디파마텍과 멧세라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검증이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허 연구원은 “(뉴코 기술이전 사례가) 모두 멧세라와 같지 않을 수 있어 기술이전 파트너사에 대한 정보가 기업가치 평가를 좌지우지할 것”이라며 “뉴코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설립 경험을 보유한 VC의 협력 여부 및 자금 조달 역량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