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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글로벌에서 통하려면…VC 이구동성 '이것' 강조

등록 2025-06-27 오후 6: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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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성장률 5% 맞추려면 외부물질 도입 필수' 빅파마들 투자의지 높아
    앞서가는 중국, 더이상 한국의 경쟁자가 아닌 보고 배워야할 대상
    딜 체결에 임상데이터 반드시 필요한 것 아냐…적응증·물질별 판단 필요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빅파마는 사고 싶다. 아시아권에도 관심이 크다.” “딜 체결에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데이터 패키지가 필요하다. 임상데이터가 필수는 아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앞섰다. 경쟁대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보고 배워야 한다.”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회 ‘넥스트라이즈 2025’ 행사에서 바이오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이 모여 K-바이오의 세계진출 로드맵에 대해 담론을 나눴다.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 조아련 존슨앤드존슨 이사, 정회량 로슈 디렉터가 나섰다.

이날 VC들은 글로벌 수준의 데이터 눈높이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빅파마는 사고 싶다”

바이오텍들에 기술이전 기회는 도처에 있다. 빅파마들은 어느 때보다도 투자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정회량 로슈 사업개발(BD) 디렉터는 “여러 빅파마가 2030년 발생할 매출 미달(revenue gap)의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로슈로 치자면 연성장률 5%를 목표로 할때 120억 달러의 매출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투자 활동에 가용할 수 있는 자금여력(fire power)은 250억 달러라, 이를 가지고 물질을 사거나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메꿔야 한다. 로슈는 중간정도이고 상황이 더 심하거나 덜한 빅파마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로슈가 론칭한 물질의 60% 이상이 외부에서 사온 물질이었다”고도 했다.

왼쪽부터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 조아련 존슨앤드존슨 이사, 정회량 로슈 디렉터정회량 로슈 사업개발(BD) 디렉터,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사(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빅파마의 지갑이 열린다는 일은 국내 바이오텍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다만 충족해야할 기준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 디렉터는 “로슈는 작년 6500건의 우수한 자산을 검토한 결과 18건(기업인수 4건, 기술도입 10건, 공동연구 4건)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6500건이란 단순히 미팅을 진행한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검토한 내용이라 경쟁은 치열하다”고 말했다.

조현무 프리미어파트너스 상무는 “성공적인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니즈에 부합하는 기술의 차별성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데이터 패키지 △산업계 노하우를 가진 팀이 필요하다”며 이 모든 것을 충족한 예시로 오름테라퓨틱(475830)의 사례를 들었다.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빅파마 대상 기술이전만이 답은 아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투자자와 연구자가 회사를 차려 외부도입 물질을 개발하는 ‘뉴코’(NewCo) 모델이 흔하다. 뉴코들은 단일 파이프라인에 모든 자금과 역량을 쏟기에 뉴코 기술이전으로 개발 가속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디앤디파마텍(347850),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뉴코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중국과 격차 벌어진 이유 파악 필요

신약개발 기술력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는 것에는 VC들의 이견이 없었다. 과거에는 중국 바이오가 값싸고 빠르다는 장점만 있었다면 이제는 기술력도 미국과 비견할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정 로슈 디렉터는 “올 반기(1월~5월 중반) 중국 바이오가 체결한 계약은 총규모 33조원, 업프론트만 2조5000만원”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살고 싶은 미래에 살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빅파마 R&D 센터의 부재 △신약개발 베테랑의 부족 △혁신 장려 제도의 미흡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정 디렉터는 “빅파마 R&D 센터가 국내에 있다면 딜 체결에 필요한 데이터 패키지에 대해 눈높이가 공유될 것”이라며 “또한 빅파마에서 신약개발, 투자심사를 해본 인력이 국내로 재유입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중개연구가 어려운 적응증에는 임상과 실험실을 오고가는 제도적 유연성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국가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상장의 척도가 된다. 도중에 기술이전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직접 상업화해서 국내에 약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개발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조 프리미어파트너스 상무는 “중국을 경쟁상대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국 애셋을 중국에서 빠르게 개발해 사업화할 수 있다. 협업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심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중국의 자본력과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중국 기술이전을 통해 그들의 속도에 편승하는 방법도 있으며 또는 완전히 노블(novel)한 연구를 진행하거나 중국이 갓 검증한 내용에 빠르게 따라붙어 더 빨리 해내야한다”고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하는 회사의 예시로는 알지노믹스를 꼽았다.

기술이전에 임상 데이터 필수인가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는 “국내는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전략적으로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서 임상이 과연 꼭 필요한가. 국내에서는 임상적 유효성에 많은 기대를 부여하는데 역설적으로 그간 이루어진 국내 바이오텍의 빅딜은 임상계획 승인(IND) 또는 비임상 단계에서 이뤄졌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아련 존슨앤드존슨 JLABS 이사는 “중국에서 임상 데이터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임하기 때문에 한국도 그만큼 갖춰가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며 “다만 개발하는 물질의 타깃과 적응증마다 글로벌 제약사가 어느 단계에서 딜을 원할지 다를 수 있기에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과거 1990년대에는 동일 타깃에 대한 약물이 후속개발되어 나오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최근에는 경쟁약물 출시 시점이 2년으로 단축됐다. 임상 연구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개발하고자 하는 타깃과 적응증에 있어서 내 약물의 위치가 어디인지, 상업적으로 얼마나 가치생성이 가능할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로슈 디렉터는 “지난 10년간 로슈는 비임상 단계에 들여와 약 출시로 이어진 것이 3분의 2 이상이었다. 이는 로슈가 물질 발굴, 역개발(reverse engineering)에 강하기 때문”이라며 “기술이전을 위해 반드시 임상 데이터를 갖춰야하는 것은 아니며 각 빅파마의 전략과 역량을 분석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정 디렉터는 “임상을 했냐 안했냐로 밸류업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적응증, 타깃, 모달리티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다르다. 항암제라면 임상을 통해 유효성을 볼 수 있어 의미가 있지만,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에서 건강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을 확인하겠다고 하면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임상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신규 타깃 대상이라면 생리학(physiology), 신규 모달리티라면 약동학(kinetics) 데이터를 더 쌓는게 좋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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