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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주주에 기름붓기' 오스코텍 쪼개기 상장 IR 역효과

등록 2025-03-12 오후 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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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가 제노스코 상장무산 시 연구소 폐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은 겁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 비대면 IR은 소통이 아닌 ‘쇼(show)통’ 같다. 상장완료 후 락업기간이 해제되면 오스코텍이 보유한 제노스코 지분을 주주들에게 배분하겠다는 주주환원책도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오스코텍 주주연대 운영진)

    오스코텍(039200)은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계획이 소액주주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따로 상장할 경우 오스코텍의 기업가치가 희석된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에서다. 오랜 기간 제노스코의 R&D 비용을 오스코텍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한 것 또한 불씨를 지폈다. 거래소도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이 각각 상장할 당위성에 대해 장고하고 있다.

    ‘증여’ 적법성 도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갈라서 돈 먹는 하마 여럿을 만들려는 이유가 뭐냐” “제노스코 지분 10%가량을 가진 대표 아들 김성연 씨에게 증여하려는 목적이 아니냐” “오스코텍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1100억원이고 레이저티닙 로열티 수익이 계속될텐데 제노스코가 공모조달할 필요가 무엇인가”

    12일 오스코텍이 자회사 제노스코의 ‘쪼개기 상장’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진행한 온라인 IR에서는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간이 부족해 모든 질문을 소화하지 못하고 IR을 마쳐야 했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사진=오스텍 온라인 IR 캡쳐)
    이 날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가 직접 나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분리된 R&D 파이프라인 및 제노스코 상장 당위성과 기타 의혹 해소에 나섰지만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던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의 주된 관심은 오스코텍이 제노스코를 상장시켜 얻는 효익이 무엇인가였다. 특히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의 아들 김성연 제노스코 이사가 제노스코 지분을 가진 것과 관련해, 증여 목적의 중복상장이 아닌지에 집중했다.

    이들은 “오스코텍 회사와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의 가치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이 돌려받은 것은 잇단 유상증자와 쪼개기 상장뿐”이라고 규탄했다.

    설립 이후 오스코텍이 영업이익을 낸 해는 2018년과 작년이 유일하다. 미국 얀센으로부터 폐암신약 ‘레이저티닙’ 기술이전 마일스톤이 유입된 해다. 그 외의 적자 기간에는 외부조달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해왔다. 지속된 신주발행에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희석을 거듭해왔다. 마침내 레이저티닙 상업화로 인한 수익 가시화 시점에 핵심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를 따로 떼어내 상장시킨다는 계획에 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스코텍의 최근 조달 시점은 2022년이다. 당시 기관대상 3자배정 유증과 주주배정 유증, 두 차례의 조달을 통해 도합 1186억원을 조달했고 작년 9월 말 기준 746억원이 남아있다. 이를 포함한 오스코텍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936억원 수준이다.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100억원인 점에서 미루어보아 연결대상 자회사인 제노스코의 현금성자산은 158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는 “오스코텍은 상장유지조건인 ‘법차손’(법인세차감전손실) 비율이 3개년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며 제노스코에 마음껏 자본을 댈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나아가 “아직 오스코텍이 상장(2007년)하기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호기롭게 미국에 제노스코를 차리고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어려웠다. 그때 (저의) 아파트를 팔아 제노스코에 자본을 댔고 그렇게 확보한 지분을 오래전 아들에게 적법하게 증여했다. 이번 상장과 아들의 지분은 무관하다. 특히 작년 특수관계인이 제노스코 지분을 저가에 확보했다는 루머는 음해”라고 말했다.

    제노스코 시총 6000억, 공모조달 700억 목표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공동개발한 레이저티닙을 2016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 했다. 이어 2018년 유한양행이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기술 재이전을 이뤘다. 유한양행이 자체적으로 2021년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고 2024년에는 얀센이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의 FDA 허가를 획득했다. 단숨에 오스코텍-제노스코는 글로벌 폐암신약을 탄생시킨 주역으로 떠올랐다.

    제노스코는 기술성평가를 AA·AA 최고점으로 통과하고 작년 10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5개월이 가깝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양사의 매출원이 공통된 ‘레이저티닙’이라는 점에서 중복상장이 아닌지 거듭 검토받고 있다. 규제기관이 일반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는 기조에서 과연 상장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는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을 공동개발하던 10년 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구분된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자 R&D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라며 “적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레이저티닙 로열티는 내년 5월부터 유입될 것이며, 얀센이 예상하는 매출 최고점까지는 출시 후 26개월이 걸릴 것이라 그 사이 레이저티닙의 대항마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노스코는 상장 시총 하단을 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700억~800억원 가량을 공모조달해 R&D에 속도를 내고 추가 기술이전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레이저티닙 이후 오스코텍은 제노스코에 400억~500억원의 자본을 투입해 경쟁력 있는 물질인 ROCK2 억제제와 TPD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상장에 실패하면 그간 월급 대신 스톡옵션을 받아온 제노스코 연구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간 오스코텍이 투입한 R&D 금액을 손실처리 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가 12일 온라인 IR을 통해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오스코텍 온라인 IR 캡쳐)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이 2000년 11월 미국에 설립했다.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소재해 있으며 예심청구서상 고종성, 김세원 대표가 함께 경영을 맡고 있다. 오스코텍이 5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재무적투자자(FI)는 제한했다. 메리츠증권 및 소수의 전략적투자자(SI)만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티닙 R&D를 이끈 고종성 대표는 유의미한 지분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주주들은 오스코텍이 보유한 제노스코 지분이 72.1%(2022년)→64.67%(2023년)→59%(2024년)로 줄어든 것도 불만이다. 오스코텍이 제노스코 지분을 더욱 취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현재 제노스코가 인정받는 밸류에이션에 맞춰 지분을 취득하려면, 기관들이 매각할 의사가 있다는 가정하에, 24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후 연구개발 자금은 별도로 조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주주연대는 “똑같은 말의 반복이며 상장을 강행하기 위해 주주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편, 주주연대는 13일 예정대로 거래소와 금감원 앞에서 제 3차 집회를 연다. 이어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김정근 대표 재선임 반대안건을 제출할 계획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는 오스코텍 주주 1742명이 결집해 지분율 14.83%가 모였다. 오스코텍 단일 최대주주인 김정근 대표의 12.46%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오스코텍 전체 소액주주는 작년 3분기말 기준 3만5899명으로, 이들의 합산 지분은 71.3%에 달한다.

    김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지 미지수이며 그를 대체할 합당한 경영인이 존재하는가는 의문이다. 김 대표는 작년 말 기준 12.46% 지분을 보유한 오스코텍 단일 최대주주다. 1998년 12월 오스코텍 설립 시점부터 27년 동안 쭉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20년부터는 동아에스티 연구자 출신 윤태영 각자대표를 선임해 R&D를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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