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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조단위 기술이전 했다’만으론 시장 만족 안 해”

등록 2026-10-19 오후 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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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딥데이터 리포트]기술수출, 깨진 투자공식③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인터뷰
    계약금·개발 우선순위 따지는 시장
    렉라자·키트루다SC 매출 확대가 관건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이제는 그냥 ‘조 단위 기술이전을 했다’는 게 아니라 계약금 비중, 파트너사가 우리를 얼마나 우선순위로 선택하는지, 계약 조건, 이익배분 비율, 권리 기간을 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LO)에 대한 기준이 바뀐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을 시장의 학습효과에서 찾았다. 허 연구원은 “이제는 AI도 많이 발달했고 시장도 학습이 많이 됐다”며 “수조원의 기술이전을 단순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시장이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모습 (사진=키움증권)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모습 (사진=키움증권)
“기대→좌절 무한루프, 점점 짧아지고 가팔라져”

시장이 계약서를 읽는 눈도 깐깐해졌다. 허 연구원은 “이제는 그냥 조 단위 기술이전을 했다는 게 아니라 계약금 비중, 파트너사가 우리를 얼마나 우선순위로 선택하는지, 계약 조건, 이익배분 비율, 권리 기간을 본다”며 “이 데이터가 정말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이제는 다 따져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계약의 조건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허 연구원은 “앞서 나온 딜들의 조건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라며 “조건이 좋은데도 비즈니스상 시장에 공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시장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K바이오 주가가 같은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고 진단했다. 허 연구원은 “기대감은 늘 있었고, 데이터나 승인이 나오면 좌절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흐름을 항상 반복했다”며 “문제는 이 무한루프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하락은 이렇게까지 가파른 적이 없었다”며 “2015년 여의도에 넘어온 뒤 올해만큼 힘든 적이 있었나 싶다”고 했다.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4건의 주가는 중앙값 기준 공시일 약 30%, 다음 날 약 60%, 5거래일 뒤 약 79%로 갈수록 올랐다. 올해 5건은 공시일 약 9%, 다음 날 약 2%로 상승폭이 줄더니 5거래일 뒤 약 -6%로 돌아섰다. 공시 직후 고점에서 5거래일 동안 반납한 폭도 중앙값 약 31%포인트(p)로, 2022~2023년(약 11%p)의 세 배에 가깝다. 한미약품이 지난 6월 일라이 릴리와 맺은 계약은 공시 당일 시가가 전날보다 약 29% 뛰었지만, 5거래일 뒤 주가는 공시 전보다 약 14% 낮았다.

허 연구원은 이 루프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허 연구원은 “미국에서도 성공하면 다음 데이터까지 기다려야 하니 차익을 실현하고, 기대감이 가장 높은 허가 시점에 사서 출시 때 공매도하는 게 투자 공식이었다”며 “매출이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 루프를 깬 시점으로는 2010년대를 꼽았다. 허 연구원은 “양적완화와 오바마케어 같은 환경도 도왔지만 특징은 블록버스터 상업화가 한 회사가 아니라 여러 회사에서 동시에 나왔다는 것”이라며 “길리어드의 소발디, 바이오젠의 텍피데라, 리제네론의 아일리아가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매출을 보여주면서 바이오텍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반면 K바이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증명’ 단계라는 평가다. 국내에서 기술이전과 허가를 거쳐 로열티를 받는 대표 사례는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키움증권은 렉라자 로열티를 지난해 약 140억원, 올해 300억~400억원으로 추정한다. 허 연구원은 “정말 어렵게 기술이전해 승인받고 1차 치료제로 NCCN 가이드라인에 등재돼 로열티를 받고 있다”며 “그 당시 조 단위 기술이전으로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되기까지는 매출 램프업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과의 비교도 바이오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다. 허 연구원은 “반도체는 분기에 90조원씩 이익을 내는데 밸류에이션도 싸다”며 “그런 섹터를 보다가 K바이오를 보면 기관 투자자들이 ‘이제 데이터 나오는 게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1세대가 신뢰 쌓아야 2세대도 오른다…이익배분 딜 나오면 다른 국면”

허 연구원은 앞으로 1년을 K바이오의 분수령으로 봤다. 렉라자와 알테오젠 플랫폼이 적용된 키트루다SC가 7월까지 미국 J-코드(보험 청구 코드)를 모두 받았기 때문이다. 허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1년간 두 품목이 베스트 시나리오로 가느냐, 베이스 시나리오로 가느냐가 시장에 매우 중요한 이벤트”라며 “다행히 시장 기대감이 많이 낮아 베어 시나리오로 가도 하방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1세대의 성적표는 뒤따르는 기업들의 주가와도 연결된다. 허 연구원은 “그동안은 기대감만 있었는데 1세대가 신뢰를 쌓아줘야 2세대 기업들도 같이 좋아질 수 있다”며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상용화 라인업이 있는데도 주가가 안 움직이는 건 1세대에서 먼저 증명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은 사실 도파민을 좋아한다”며 “예상보다 더 많이 팔아주는 걸 보여줘야 뒤에 있는 기업들도 덩달아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에 아직 없는 ‘이익배분형’ 계약을 다음 단계로 꼽았다. 모더나와 머크처럼 개발비와 이익을 나누는 구조다. 허 연구원은 “국내는 로열티를 평균 15% 정도로 산정하는데, 이익배분이 30%나 50%만 돼도 훨씬 큰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며 “결국 3상 임상비용을 같이 댈 수 있는 돈이 필요한데, 이런 딜이 나온다면 K바이오는 다른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제넨텍에 대사질환 후보물질 ‘HM17321’을 기술수출하며 계약금 1억9000만달러(약 2850억원)를 받았다. 국내 신약 기술수출 계약금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 계약은 올해 조단위 기술수출 5건 중 유일하게 5거래일 뒤에도 공시 전보다 높은 주가(약 13%)를 지켰다. 허 연구원은 “올해 계약금은 연초 이후 누적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를 넘었고, 계약금 비율도 다시 올라가고 있어 기술이전의 퀄리티는 좋아지고 있다”며 “현금을 2000억원 이상 가진 회사들은 다소 늦어지더라도 좋은 조건의 딜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단순히 기술이전의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시대는 저물었다”며 “올해나 내년 상반기까지 캐시플로우가 좋아지는 게 확인되는지, 우리가 글로벌 신약 개발 한가운데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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