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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FDA, K제약·바이오 의약품 제조시설 잇따른 실사…왜?

등록 2025-11-14 오후 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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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이번 실사 계기로 우수한 생산 역량 다시 한번 인정받겠다"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제조시설에 대해 잇따라 현장 실사를 진행해 관심이 쏠린다. FDA는 올해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이어 휴온스(243070)와 경보제약(214390) 등의 미국 수출과 관련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제조시설 현장 실사를 연이어 실시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정기 실사 차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FDA가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 불시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실사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이미지=연합뉴스)
FDA,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어 경보제약·휴온스 실사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제조시설에 대한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FDA로부터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아 미국 등 글로벌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수검 대상으로 전해진다.

FDA는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경보제약에 대한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앞서 경보제약은 2016년 아산공장 내 무균 GMP 생산설비에 대해 FDA의 승인을 받았다.

당시 경보제약은 항생제 원료의약품 세프트리악손의 미국 수출을 위해 제조시설 FDA 실사를 진행했고 최종 승인 통보를 받았다. 세프트리악손이란 경보제약의 대표 품목 중 하나로 폐렴, 기관지염 등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원료의약품을 말한다.

FDA는 지난 12일부터 휴온스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현장 실사도 실시하고 있다. 휴온스는 국소마취제 등 주사제 7종에 대해 FDA의 품목허가를 받고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휴온스는 지난 5월 FDA로부터 국소마취제 2종에 대한 품목허가(ANDA)를 획득했다. 앞서 휴온스는 △생리식염주사제(2017년 7월) △1% 리도카인염산염주사제 5㎖ 앰플(2018년 4월) △0.75% 부피바카인염산염주사제 2㎖ 앰플(2019년 12월) △1% 리도카인염산염주사제 5㎖ 바이알(2020년 5월) △2% 리도카인주사제 5㎖ 바이알(2023년 6월) 등 5개 품목에 대한 승인을 취득했다.

앞서 FDA는 지난 5월 19일부터 27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시설 실사를 진행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들에게 심사 기간 안전 지침 준수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해당 기업들은 FDA의 현장 실사가 미국 정부의 해외 불시 점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FAD의 이번 실사는 미국 의약품 제조관리기준(cGMP) 기준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기업들은 이번 실사를 계기로 우수한 생산 역량을 다시 한번 인정받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FDA, 해외 제조시설 불시 점검 강화…중국·인도 시범 운영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FDA가 미국에 판매하는 의약품과 식품을 생산하는 해외 제조시설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연이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5월 미국 행정부가 핵심 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뒤 이어진 조치로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가나 기업이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FDA 내부에서도 그동안 해외 기업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검사를 받아 검사 무결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FDA는 매년 90여개국에서 3000건 가량의 해외 실사를 진행해왔다. FDA는 최소 3주 전 사전 통보를 통해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을 줬다.

하지만 행정명령 후 정책 변화에 따라 해외 제조시설도 미국 내 시설처럼 불시에 점검을 받고 있다. 실제로 FDA는 중국과 인도에서 해외 제조시설 불시 점검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불시 점검의 대상이 안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만큼 FDA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작업이 기업결합 심사절차를 통과하면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셀트리온은 연내 인수를 마무리한 뒤 즉각적인 투자를 통해 미국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인수 예정인 미국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은 4만5000평 부지의 대규모 캠퍼스로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에 최소 7000억원 이상이 추가 투자된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능력 확대에 즉시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FDA의 해외 실사가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만큼 국내 기업들의 긴장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앞으로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