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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요구 논란…“상법 충돌·환자 치료·글로벌 신뢰 흔들 수도”

등록 2026-05-15 오후 2: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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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파업, 회사 신뢰도와 환자 피해 직결
    성과급 산정 및 경영 참여 확대 요구는 법 충돌 우려도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조 파업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과 회사법 체계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특성상 생산 중단이 제품 품질 저하와 환자 치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노조 측이 요구한 성과급 산정 기준 명문화와 경영 참여 확대 요구 역시 현행 회사법 체계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주주행동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와 권재열 경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산업·법률 측면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을 진단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3년간 자사주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채용·승진·징계 등 인사 제도 전반에 대한 사전 합의권과 합병·분할·양도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노조 동의권도 요구안에 포함된 상태다.

15일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가 주주행동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주 관점에서 본 최근의 파업 이슈 : 삼성그룹 사례를 중심으로’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송영두 기자)
“바이오 생산 멈추면 환자 리스크, 기업 신뢰도 직결”

강 교수는 바이오제약 산업이 일반 제조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제약 산업은 의약품 개발부터 제조·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강한 규제를 받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의약품 품질 문제는 환자 건강과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기관도 제조공정과 품질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요 규제기관은 제조공정이나 생산시설 변경 시 품질 영향이 없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공정 변경 승인까지 통상 1~2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규제 강도도 높다.

그는 특히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핵심인 ‘연속공정’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항체의약품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공정이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정 중단이나 관리 공백이 발생하면 품질 저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오의약품 제조는 크게 세포를 배양하는 배양공정과 단백질을 분리·정제하는 정제공정으로 나뉜다. 배양공정은 수주에서 한 달 이상 이어지는데 세포 상태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24시간 모니터링과 공정 제어가 필수적이다. 정제공정 역시 단백질 변성과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짧은 시간 안에 연속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저분자 의약품과 달리 구조가 복잡하고 외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다. 공정이 불연속적으로 진행되면 저품질 의약품 생산 가능성이 커져 고객사도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떠 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 차질이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CDMO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품질과 납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신뢰 때문”이라며 “생산 차질이 반복되면 고객사뿐 아니라 해당 의약품을 사용하는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공급 차질은 단순한 납기 문제가 아니라 환자 치료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민감도가 높다. 특정 치료제 공급이 중단되면 의료진은 대체 의약품 처방을 검토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위탁 물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글로벌 CDMO 산업은 결국 신뢰 산업”이라며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한국 CDMO 산업 전체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과 환자 치료 안정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동의권 요구, 상법 체계와 충돌 가능성”

권재열 교수는 노조 측 요구안이 노동법 차원을 넘어 현행 회사법 체계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채용·승진 등 인사 제도 전반에 대한 사전 합의권과 합병·분할·양도 등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노조 동의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합병·분할·양도는 상법상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여기에 단체협약상 노조 동의를 추가하는 것은 상법이 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변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결정은 경영진 재량 범위 내에서 대법원 판례에 의해 보호받는 영역”이라며 “노조 동의를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존 회사법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이 요구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영업이익은 이미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등을 제외한 뒤 산출되는 이익이다. 이를 다시 일정 비율로 배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회사법적으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근로자는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임금을 받는 확정 수익자 성격을 갖는다. 여기에 더해 주주와 유사한 수준의 이익 배분 권리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행 회사법 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산정 기준 사전 명문화에 대해서는 긍정적 측면과 우려를 동시에 제기했다. 권 교수는 “깜깜이 보상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경영진이 특정 기준에 과도하게 얽매이면 장기 투자보다 단기 성과 중심 경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조 측이 제안한 ‘월급 150% 수준의 자사주 3년 지급’ 방안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애사심과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회사 입장에서도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자사주 취득에는 배당가능이익이 필요하다“며 ”바이오 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배정을 의무화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원칙이 강화된 점도 변수로 꼽혔다. 권 교수는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려면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상장사는 주주 구성이 계속 바뀌는 구조인 만큼 향후 주총에서 반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