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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 “추가 자금 필요하면 부동산 매각부터 추진"

등록 2025-10-31 오후 4: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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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서울 강서구 본사서 하반기 주주간담회 개최
    유증 대신 판교·마곡 부동산, 상장사 주식 매각부터 고려
    내년 바이오프로탁 기반 기술 이전 추진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제넥신(095700)이 내년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버티기 위한 카드로 부동산 매각을 내밀었다. 제넥신은 최근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연구개발(R&D)과 운영에 사용할 현금을 확보했지만 빠른 현금 소진 속도를 감안하면 추가 유동성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성준 제넥신 경영 총괄 대표(좌)와 최재현 제넥신 R&D 총괄 대표(우)는 31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하반기 주주간담회를 열고 회사 현황에 대해 공유했다. (사진=김새미 기자)
유증은 최후의 수단…“욕 먹더라도 필요하면 하겠다”

제넥신은 31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하반기 주주간담회를 열어 회사 현황에 대해 공유했다. 홍성준 경영총괄 대표는 재무 현황, 최재현 R&D 총괄 대표는 R&D 전략 위주로 현안을 다뤘다.

제넥신은 최근 194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확보한 자금을 포함해 총 310억원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제넥신의 연간 현금 소진 규모가 32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년 버티기도 빠듯한 측면이 있다. 일각에선 추가 자금조달 수단으로 내년에 또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유상증자할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면 없다”면서도 “약속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약속드릴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욕을 먹더라도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면 하겠다”며 “매월 자금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2~3년까지도 생각해서 자금 계획을 차질 없이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넥신은 유증은 최후의 수단으로 미뤄두고 투자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단기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보유 부동산과 상장사 주식을 매각하면서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매각 추진…마곡 사옥 매각 시 1000억원 순현금 유입 기대

우선 제넥신은 보유 부동산 매각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판교에서 아직 매각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동산을 내년에 매각할 경우 130억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수 있다. 2027년 초부터는 현재 제넥신의 사옥인 마곡1사옥 매각이 가능해진다.

홍 대표는 “아직 판교에 안 팔린 물건이 있다”며 “제넨바이오 동물실험실로 전세 줬던 물건인데 매각될 경우 130억원 정도 가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매수 문의는 있는데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도장 찍는 것까지는 아쉽게도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제넥신의 마곡 부동산으로는 현재 사옥으로 쓰고 있는 마곡1사옥과 건설 중인 마곡2사옥이 있다. 둘 다 마곡산업단지라 5년 전매제한이 있었지만 2027년부터는 매각이 가능한 시점이 된다. 이 중 마곡1사옥을 매각해 1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홍 대표는 “마곡산단의 조건에 따라 5년간 팔 수 없었지만 내후년 초면 매각 가능한 상태가 된다”며 “이걸 내후년 봄에 매각하면 담보 대출을 갚고 나서도 1000억원 정도의 순현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했다.

마곡2사옥은 내년 1월 준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곡2사옥은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짓고 있어 건설 중인 30개월간 유출되는 현금은 없다. 하지만 내년 7월이 만기이기 때문에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이데일리가 차입금 상환 계획에 대해 묻자 홍 대표는 “금융권 대출로 전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자율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제네신 측도 인지하고 있었다.

상장사 주식 매각도 가능…평가손은 감내?

그 다음으로는 상장사 주식 매각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넥신은 지난 5월 와이바이오로직스 주식 전량을 매도한 바 있다. 와이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장부가액이 14억원이었고 취득금액이 3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54.6% 손실을 감안하고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넥신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주식으로는 네오이뮨텍(950220), 툴젠(199800), 프로젠,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등과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맵(I-Mab), 레졸루트(Rezolute, Inc) 등이 있다. 아이맵의 경우 지난해 5월 중국 회사와 나스닥 기업으로 분사됐는데 제넥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나스닥 상장사 지분이다.

제넥신은 최대주주인 네오이뮨텍과 툴젠 주식은 당분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는 “툴젠과 네오이뮨텍은 제넥신이 최대주주라 단순히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주식을 매각하면 큰일날 수 있기 때문에 결을 달리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나마 매각 가능성이 있는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맵과 레졸루트의 경우 올 상반기 말 기준 장부가치가 각각 46억원, 27억원으로 취득 당시에 비해 90% 이상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프로젠 지분 가치도 올 상반기 말 기준 취득금액 대비 반토막이 났다.

제넥신의 마곡2사옥이 공사 중인 모습 (사진=김새미 기자)
내년 기술수출 한방으로 재무 위기 넘길 수 있을까?

제넥신은 2026년 내 기술수출 성과를 도출하면 이 같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제넥신은 EPD 바이오 인수합병 후 연구개발의 중심 축을 ‘바이오프로탁’(BioPROTAC) 플랫폼으로 옮기며 글로벌 기술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넥신은 내년 1분기까지 핵심 파이프라인 ‘BP-1’의 GLP독성시험(GLP-Tox) 데이터 패키징 후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과 기술이전 협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최재현 제넥신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BP1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건 GLP 독성 결과”라며 “내년 3월 정도면 로우데이터(Raw data)를 다 확보하게 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BP-1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는 업체가 10여 개사라고 귀띔했다. 이 중에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다케다제약도 포함됐다. 2023년 4월부터 일본 다케다제약과 진행했던 공동연구는 지난 9월 30일자로 종료됐지만 GLP독성시험 결과에 따른 후속 논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내년 3월부터 글로벌사가 바로 의사결정 단계에 돌입했을 때 현실적으로 (기술이전 계약 체결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내년 6월까지는 늦어도 내년 안에는 의미 있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넥신은 BP-1의 기술이전 계약 구조를 어느 정도 짜뒀으며 자금 상황에 맞춰 선급금(upfront) 규모도 가닥을 잡아둔 상태다.

제넥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선급금 규모가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편 제넥신은 투명 경영과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해 1년에 2번씩 정기적으로 주주간담회를 열고 있다. 내년에는 정기주주총회 후 바로 상반기 주주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