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오스코텍 대표 “패스트팔로워 시대 끝나…혁신 신약으로 승부”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남이 검증한 타깃을 쫓아가는 방식은 이제 한국 바이오에 맞지 않는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2일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한국의약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마친 뒤 별도 인터뷰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으로 ‘패스트팔로워’ 성공 사례를 만든 회사의 수장이 직접 그 전략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진단한 것이다.
윤 대표는 “레이저티닙과 세비도플레닙, 덴피본티닙 등 초기 파이프라인은 모두 좋은 약이지만 결국 앞선 약이 잘되는 걸 보고 시작한 패스트팔로워였다”며 “지금은 어떤 타깃이 검증되면 중국이 어마어마한 속도와 물량으로 따라붙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쓰기엔 허들이 너무 높아졌다”고 말했다.
퍼스트인클래스가 오히려 조기 기술이전 지름길
그가 내놓은 대안은 바로 ‘퍼스트인클래스’(혁신 신약) 도전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타깃을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 방법이 기술이전(Lisence-out)에는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텍 업계에서는 단백질 분해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등장하면서 이미 검증된 타깃을 기술로 개선하는 ‘기술 주도’ 신약개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그것도 충분히 해볼 만한 전략이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며 “검증이 덜 된 가설을 테스트하는 퍼스트인클래스가 앞으로 더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새로운 타깃 가설에 목말라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며 “가설을 엄밀하게 검증해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전임상 단계에서도 충분히 기술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프라를 꼽았다. 히트(hit·초기 약물 유효물질) 물질을 찾는 스크리닝과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가상 스크리닝으로 몇 개 골라 세포에서 보고 싶은 결과가 나오면 저해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논문용이지 신약개발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실제로 타깃에 작용하는지 검증하고 가설을 계속 확인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질 잘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쓸지가 더 중요
윤 대표는 단순히 물질을 잘 만든다고 해서 성공적인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표는 “신약개발은 물질을 잘 만드는 것보다 그 물질을 어떻게 쓸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기업들이 물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만, 신약개발은 그보다 훨씬 큰 일”이라며 “어떤 질환에서 어떤 타깃을 겨냥해 약을 만들고, 그 약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보여주는 전체 과정이 신약개발”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든 것이 오스코텍의 세비도플레닙이다. 비장 티로신 키나아제(SY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이 물질은 오스코텍이 두 차례나 임상에 실패하며 사실상 실패한 파이프라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스코텍은 기전에 근거해 데이터 분석을 다시 했고, 그 결과 환자군에서 효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오스코텍은 올해 6월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사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6억6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반전을 이끌어냈다.
윤 대표는 “임상을 시작할 때 잡은 평가지표가 실제 치료 효능과 큰 상관이 없는 지표였다”며 “진짜 의미 있는 분석으로 보면 성공한 임상”이라고 설명했다. 두 임상 모두 기전에 근거한 현상을 정확히 보여줬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었다. 이어 “누가 만들었고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보다, 실패한 임상에서 데이터를 뽑아내 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물질이라는 걸 보여준 게 훨씬 중요했다”며 “아지오스도 그 스토리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암 내성·섬유화로 퍼스트인클래스 승부
윤 대표가 미국 뉴로젠과 노바티스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0여년 전 한국으로 돌아올 때 스스로 결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혁신 신약 개발이었다고 한다. 2020년 오스코텍에 합류한 윤 대표는 지금까지는 기존에 오스코텍이 진행하던 연구들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퍼스트인클래스 신약 개발에 나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진짜 하고자 했던 항내성 항암제와 여기서 파생된 섬유화 프로그램이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당분간 항내성 항암제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는 “좋게 말하면 혁신적인 콘셉트라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과학적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항내성 플랫폼에서 파생된 첫 퍼스트인클래스 과제는 섬유화 치료 후보 ‘OCT-648’이다. 오스코텍은 늦어도 올해 OCT-648의 후보물질을 확정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퍼스트인클래스는 물질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이 타깃이 질환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본격적으로 논의 중인 곳은 한 곳이다. 다른 회사들은 최소한 GLP 독성시험 결과까지는 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과제가 진전될수록, 데이터가 잘 나올수록 경쟁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빨리 기술이전을 하고 싶지만, 중기 라이센싱보다 가치를 더 키워서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지금 논의 중인 회사는 조기 기술이전이 가능한 입장이라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안정화 과제…SI 유치·자회사 정리 추진
윤 대표는 경영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윤 대표는 “1대 주주든 2대 주주든 특정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가겠다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자는 방침”이라며 “이런 중립적 입장 탓에 주요 주주 양측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사회 다수의 공식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텍이 전통 제약사의 경영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이사회 중심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 오스코텍이 진짜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는 길”이라는 개인적 견해도 덧붙였다.
윤 대표가 경영권 안정의 궁극적 해법으로 꼽은 것은 전략적 투자자(SI) 확보다. 그 전제 조건으로는 수권주식수 확대와 제노스코 가치평가를 꼽았다. 수권주식 확대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라 주주 동의가 필수다.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SI와도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노스코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2일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한국의약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를 마친 뒤 별도 인터뷰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으로 ‘패스트팔로워’ 성공 사례를 만든 회사의 수장이 직접 그 전략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진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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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인클래스가 오히려 조기 기술이전 지름길
그가 내놓은 대안은 바로 ‘퍼스트인클래스’(혁신 신약) 도전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타깃을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 방법이 기술이전(Lisence-out)에는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텍 업계에서는 단백질 분해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새로운 모달리티가 등장하면서 이미 검증된 타깃을 기술로 개선하는 ‘기술 주도’ 신약개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그것도 충분히 해볼 만한 전략이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며 “검증이 덜 된 가설을 테스트하는 퍼스트인클래스가 앞으로 더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새로운 타깃 가설에 목말라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며 “가설을 엄밀하게 검증해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전임상 단계에서도 충분히 기술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프라를 꼽았다. 히트(hit·초기 약물 유효물질) 물질을 찾는 스크리닝과 이를 검증하는 과정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가상 스크리닝으로 몇 개 골라 세포에서 보고 싶은 결과가 나오면 저해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논문용이지 신약개발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실제로 타깃에 작용하는지 검증하고 가설을 계속 확인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질 잘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쓸지가 더 중요
윤 대표는 단순히 물질을 잘 만든다고 해서 성공적인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표는 “신약개발은 물질을 잘 만드는 것보다 그 물질을 어떻게 쓸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기업들이 물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만, 신약개발은 그보다 훨씬 큰 일”이라며 “어떤 질환에서 어떤 타깃을 겨냥해 약을 만들고, 그 약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보여주는 전체 과정이 신약개발”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든 것이 오스코텍의 세비도플레닙이다. 비장 티로신 키나아제(SY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이 물질은 오스코텍이 두 차례나 임상에 실패하며 사실상 실패한 파이프라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스코텍은 기전에 근거해 데이터 분석을 다시 했고, 그 결과 환자군에서 효능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오스코텍은 올해 6월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사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최대 6억6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며 반전을 이끌어냈다.
윤 대표는 “임상을 시작할 때 잡은 평가지표가 실제 치료 효능과 큰 상관이 없는 지표였다”며 “진짜 의미 있는 분석으로 보면 성공한 임상”이라고 설명했다. 두 임상 모두 기전에 근거한 현상을 정확히 보여줬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었다. 이어 “누가 만들었고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보다, 실패한 임상에서 데이터를 뽑아내 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물질이라는 걸 보여준 게 훨씬 중요했다”며 “아지오스도 그 스토리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암 내성·섬유화로 퍼스트인클래스 승부
윤 대표가 미국 뉴로젠과 노바티스연구소에서 근무하다 10여년 전 한국으로 돌아올 때 스스로 결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혁신 신약 개발이었다고 한다. 2020년 오스코텍에 합류한 윤 대표는 지금까지는 기존에 오스코텍이 진행하던 연구들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퍼스트인클래스 신약 개발에 나서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진짜 하고자 했던 항내성 항암제와 여기서 파생된 섬유화 프로그램이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당분간 항내성 항암제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는 “좋게 말하면 혁신적인 콘셉트라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과학적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항내성 플랫폼에서 파생된 첫 퍼스트인클래스 과제는 섬유화 치료 후보 ‘OCT-648’이다. 오스코텍은 늦어도 올해 OCT-648의 후보물질을 확정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퍼스트인클래스는 물질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이 타깃이 질환과 얼마나 관련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본격적으로 논의 중인 곳은 한 곳이다. 다른 회사들은 최소한 GLP 독성시험 결과까지는 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과제가 진전될수록, 데이터가 잘 나올수록 경쟁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면 빨리 기술이전을 하고 싶지만, 중기 라이센싱보다 가치를 더 키워서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지금 논의 중인 회사는 조기 기술이전이 가능한 입장이라 생각보다 빨리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권 안정화 과제…SI 유치·자회사 정리 추진
윤 대표는 경영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윤 대표는 “1대 주주든 2대 주주든 특정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가겠다는,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자는 방침”이라며 “이런 중립적 입장 탓에 주요 주주 양측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사회 다수의 공식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텍이 전통 제약사의 경영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이사회 중심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 오스코텍이 진짜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는 길”이라는 개인적 견해도 덧붙였다.
윤 대표가 경영권 안정의 궁극적 해법으로 꼽은 것은 전략적 투자자(SI) 확보다. 그 전제 조건으로는 수권주식수 확대와 제노스코 가치평가를 꼽았다. 수권주식 확대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라 주주 동의가 필수다.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SI와도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노스코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진 ji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