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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바이오 진출 3년 만의 법인 설립...그 의미와 숙제는

등록 2022-11-18 오전 8: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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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2월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
    중국서 진행 중인 진단 및 백신 사업 지원 전망
    내년 바이오 사업 4년차 접어들어
    대규모 M&A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 집중화 한계와 매출 확보는 숙제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오리온홀딩스가 바이오 전문 법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다. 3년전 바이오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리온홀딩스는 이번 바이오 전문 법인을 설립하면서 향후 바이오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에 집중된 바이오 사업육성 전략은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오리온홀딩스(001800)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신규 자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을 결의했다. 자회사 지분비율은 주식 2만주(100%)다. 지분가액 및 자산총액대비 비중은 0.002%다. 신규 자회사 법인 설립등기 예정일은 12월 16일이다. 2020년 진단기업 수젠텍과 MOU를 체결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발을 들인 오리온홀딩스는 3년만에 독자적인 바이오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오리온홀딩스 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기본적인 바이오 사업 전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을 통해 중국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리온홀딩스 측은 대규모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롯데, GS 등 대기업이 뒤늦게 바이오에 뛰어들어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으로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기간에 격차를 좁힌다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 및 백신사업 지원 나설 듯...내년부터 본격화

오리온홀딩스는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해 2020년부터 국내에서 한·중 바이오 포럼을 개최해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중국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현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리온홀딩스 측은 올해가 바이오 사업이 본격화 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표명한 바 있다.

이번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은 오리온홀딩스의 바이오 사업 본격화를 의미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바이오 사업을 이끌어갈 오리온바이오로직스 경영진도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다만 오리온홀딩스 측은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설립과 관련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나 전략들은 확정된 게 없다”며 “경영진도 내부에서 선임할지, 외부 인사를 영입할지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중국에서 진단사업과 백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가 이들 사업을 다각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세계 최초 혈액기반 결핵진단키트를 개발한 수젠텍과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국영기업인 산동루캉제약과 중국 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이전 계약(20억원)을 맺었다. 이후 지분투자(50억원)까지 이어졌다. 진단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신약개발보다 기간과 비용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3대 결핵 발병 국가이고, 대장암 환자 수는 연간 28만명으로 미국의 4~5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지난해에는 백신기업 큐라티스, 중국 산둥루캉하오리요우(산둥루킹의약 합작법인)와 함께 백신사업에도 나섰다. 큐라티스와 결핵백신을 공동개발하고, 산둥루캉하오리요우와는 중국 백신 개발사업 지원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내에 백신 생산공장을 위한 약 4만9600㎡(1만5000평) 부지도 확보했다. 회사는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통해 총 9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최첨단 백신 생산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중국 집중화와 매출 발생은 숙제

제과업계 1위 오리온의 바이오 사업은 중국에 밀집돼 있다. 제과 사업을 영위하면서 1993년 중국에 진출해 지금까지 현지 네트워크를 쌓아온 만큼 중국 시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은 의약품 시장이 180조원에 달하는 세계 두 번째로 큰 시장이기에 오리온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에 집중된 사업 구조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단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성장성이 큰 시장인 것은 맞다. 기업 특성상 해당 시장에서 여러 시너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 설립을 통해 해외 시장 확대를 언급했지만,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을 고려해보면 중국에서 R&D가 이뤄지면 해외 시장 확대 측면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시점에서는 중국 외 지역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인을 설립한 만큼 매출에 대한 압박도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오리온바이오로직스 주요사업은 △의약품 △소비재 △식품원료 개발 및 판매 등이다. 의약품 개발은 장기적인 사업 중 하나이지만, 소비재나 식품 개발 판매는 단기적인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관계자는 “신설 법인 주요 사업군을 살펴보면 식품원료 개발 및 판매가 눈에 띈다. 이는 단기적으로 건강기능식품 등을 통한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이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 전략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의약품 개발과 백신개발은 장기적인 투자가 동반되는 만큼 식품 사업과 진단사업을 통해 매출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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