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립스진단 인수"…브릿지바이오, 6조 규모 전기화학 진단시장 '정조준'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신약 연구개발 전문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가 약 6조원 규모의 전기화학 기반 체외진단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브릿지바이오는 자체 특허 기술을 보유한 엘립스진단을 인수했다.
엘립스진단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술과 비교해 화학적 안정성과 독성을 개선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빠른 사업화를 통해 암·섬유화 질환 신약 임상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사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함과 동시에 흑자 전환 시기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전기화학 기반 진단시장 강자 로슈에 도전장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전기화학 기반 진단 기업 엘립스진단의 지분을 50% 이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엘립스진단은 2021년 7월 신익수 숭실대학교 교수가 학내 벤처로 창업했다.
엘립스진단의 핵심 자산은 체외 진단을 위한 전기화학발광(ECL) 기술에 활용되는 화학물질 ‘공반응물’이다. 전기화학발광이란 전기를 주면 화학물질이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전기화학발광 기술이 대중화된 분야가 바로 TV나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유기발광다이오드는 유기 화합물층으로 이뤄진 발광다이오드(LED) 반도체 소자 중 하나로 빛을 내기 위해 고체상태의 전기화학발광물질(신호라벨)을 사용한다. 하지만 진단분야는 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다르게 액체상태의 전기화학발광물질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진단분야는 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다르게 빛을 내기 위해 공반응물이라는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공반응물은 전기화학 기반 진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로슈의 면역진단기기 코바스(Cobas)에 활용되고 있다. 로슈는 공반응물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해 라이센싱(상업적 권리 부여) 계약과 면역진단기기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로슈는 글로벌 전기화학 기반 진단시장에서 2020년 기준 42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엘립스진단은 2021년 새로운 공반응물을 발명해 우리나라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엘립스진단의 공반응물은 기존 공반응물과 비교해 민감도를 더 개선했다”며 “물질이 증발하는 일이 없는 등 화학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기존 공반응물은 자체 독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새 공반응물은 독성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부가 가치가 높지만 크기와 환경적 요소 등의 문제로 중앙검사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존 면역진단기기의 단점도 보완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민감도를 더 개선한 새 공반응물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 면역진단기기보다 크기가 작은 테이블탑(연구용 테이블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크기) 규모의 면역진단기기 시제품의 준비도 완료했다.
진단사업 수익, 암·섬유화 질환 신약 임상 개발에 투입
브릿자바이오는 올해 중앙검사실과 현장진단 영역의 면역진단 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엘립스진단이 보유한 전기화학 기반 기술로 진단 분야의 최고 수준인 ‘펨토 몰(fg/mL·1000조분의 1몰)’ 단위의 고감도 정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몰은 원자와 분자의 수량, 즉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다.
펨토 몰 수준의 민감도는 기존 중앙검사실 면역·분자진단 시장 기술 수준인 피코 몰(pg/mL·1조분의 1몰) 대비 약 1000배 높은 수준의 민감도를 지니고 있다. 더 높은 민감도를 지니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질환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진단분야 최대 난제 중 하나인 패혈증에서 활용될 수 있다. 패혈증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미리 진단할 기술이 없어 사망 환자가 속출하는 질환이다. 폐혈증은 응급 현장에서 1시간 이내 극미량 질병마커를 소량의 혈액에서 찾아내야 하는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립스진단을 창업한 신익수 교수팀이 지난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펨토 몰 수준의 고감도 정밀 분석이 가능한 전기화학기술을 활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화학발광을 통해 핏속에 존재하는 패혈증 마커인 인터루킨-3((IL-3)과 인터루킨-6(IL-6)이라는 항원을 극미량까지 단시간에 현장에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립스진단의 기술을 활용하면 유전자증폭(PCR)이 없는 유전자 정량 분석도 가능하다. 브릿지바이오는 현재 글로벌 진단기업과 라이센싱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향후 1년 내 관련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전기화학 기반 진단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력 사업인 암·섬유화 질환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브릿지바이오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의 임상 1상 순항과 더불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BT-207’의 임상 진입 승인을 통지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다국가 임상 2상 환자 투약 개시 이후 추가적인 환자 등록 절차도 이어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전년(19억원) 대비 57.9% 증가한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435억원으로 전년(264억원 영업 손실)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임상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자사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암·섬유화 질환의 신약 임상 개발이 무르익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사는 엘립스진단 인수 등으로 가속화되는 자금 집행 속도를 고려해 임상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사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립스진단의 전기화학 기반 기술은 급성 패혈증과 같이 그동안 신속한 진단이 어려웠던 영역에서 높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향후 활용 폭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립스진단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술과 비교해 화학적 안정성과 독성을 개선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빠른 사업화를 통해 암·섬유화 질환 신약 임상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사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함과 동시에 흑자 전환 시기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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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전기화학 기반 진단 기업 엘립스진단의 지분을 50% 이상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엘립스진단은 2021년 7월 신익수 숭실대학교 교수가 학내 벤처로 창업했다.
엘립스진단의 핵심 자산은 체외 진단을 위한 전기화학발광(ECL) 기술에 활용되는 화학물질 ‘공반응물’이다. 전기화학발광이란 전기를 주면 화학물질이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전기화학발광 기술이 대중화된 분야가 바로 TV나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유기발광다이오드는 유기 화합물층으로 이뤄진 발광다이오드(LED) 반도체 소자 중 하나로 빛을 내기 위해 고체상태의 전기화학발광물질(신호라벨)을 사용한다. 하지만 진단분야는 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다르게 액체상태의 전기화학발광물질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진단분야는 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다르게 빛을 내기 위해 공반응물이라는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공반응물은 전기화학 기반 진단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로슈의 면역진단기기 코바스(Cobas)에 활용되고 있다. 로슈는 공반응물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해 라이센싱(상업적 권리 부여) 계약과 면역진단기기 판매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로슈는 글로벌 전기화학 기반 진단시장에서 2020년 기준 42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엘립스진단은 2021년 새로운 공반응물을 발명해 우리나라 등에 특허를 출원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엘립스진단의 공반응물은 기존 공반응물과 비교해 민감도를 더 개선했다”며 “물질이 증발하는 일이 없는 등 화학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기존 공반응물은 자체 독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새 공반응물은 독성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부가 가치가 높지만 크기와 환경적 요소 등의 문제로 중앙검사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존 면역진단기기의 단점도 보완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민감도를 더 개선한 새 공반응물을 사용하는 만큼 기존 면역진단기기보다 크기가 작은 테이블탑(연구용 테이블 위에 놓고 쓸 수 있는 크기) 규모의 면역진단기기 시제품의 준비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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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자바이오는 올해 중앙검사실과 현장진단 영역의 면역진단 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엘립스진단이 보유한 전기화학 기반 기술로 진단 분야의 최고 수준인 ‘펨토 몰(fg/mL·1000조분의 1몰)’ 단위의 고감도 정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몰은 원자와 분자의 수량, 즉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다.
펨토 몰 수준의 민감도는 기존 중앙검사실 면역·분자진단 시장 기술 수준인 피코 몰(pg/mL·1조분의 1몰) 대비 약 1000배 높은 수준의 민감도를 지니고 있다. 더 높은 민감도를 지니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질환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진단분야 최대 난제 중 하나인 패혈증에서 활용될 수 있다. 패혈증은 조기 진단과 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미리 진단할 기술이 없어 사망 환자가 속출하는 질환이다. 폐혈증은 응급 현장에서 1시간 이내 극미량 질병마커를 소량의 혈액에서 찾아내야 하는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립스진단을 창업한 신익수 교수팀이 지난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펨토 몰 수준의 고감도 정밀 분석이 가능한 전기화학기술을 활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전기화학발광을 통해 핏속에 존재하는 패혈증 마커인 인터루킨-3((IL-3)과 인터루킨-6(IL-6)이라는 항원을 극미량까지 단시간에 현장에서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립스진단의 기술을 활용하면 유전자증폭(PCR)이 없는 유전자 정량 분석도 가능하다. 브릿지바이오는 현재 글로벌 진단기업과 라이센싱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향후 1년 내 관련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전기화학 기반 진단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력 사업인 암·섬유화 질환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브릿지바이오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의 임상 1상 순항과 더불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BT-207’의 임상 진입 승인을 통지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다국가 임상 2상 환자 투약 개시 이후 추가적인 환자 등록 절차도 이어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전년(19억원) 대비 57.9% 증가한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435억원으로 전년(264억원 영업 손실)대비 손실 폭이 확대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임상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자사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암·섬유화 질환의 신약 임상 개발이 무르익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사는 엘립스진단 인수 등으로 가속화되는 자금 집행 속도를 고려해 임상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 가능한 사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립스진단의 전기화학 기반 기술은 급성 패혈증과 같이 그동안 신속한 진단이 어려웠던 영역에서 높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향후 활용 폭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준 기자 ado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