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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현 입셀 대표 “日 오노약품과 밀착 비결…데이터 신뢰성”[바이오재팬 2025]

등록 2025-10-09 오후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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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하마(일본)=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입셀은 단순히 ‘세포를 잘 만든다’가 아니라 ‘어디서, 누가 만들어도 같은 세포로 시작해 같은 실험 결과가 나온다’는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주지현 입셀 대표는 8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현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새미 기자)
    주지현 입셀 대표는 8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바이오재팬 현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입셀은 국내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GMP 승인을 받은 기업이자, 연구 플랫폼을 실제 매출로 연결시킨 보기 드문 비상장 바이오텍이다.

    표준화된 iPSC 플랫폼 구축…균일한 세포주 대량생산

    입셀의 핵심 경쟁력은 균일성과 재현성이다. 주 대표는 “세포치료제의 가장 큰 과제는 ‘오늘 만든 세포와 내일 만든 세포가 똑같을까?’라는 문제”라며 “세포 생산이 사람 손에 의존하면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자에게 투여되는 세포가 반복해서 만들어도 똑같아야 하고, 그래야 안전성과 효과가 보장된다”고 부연했다.

    입셀은 세포치료제의 재료인 세포주의 표준화에 주목했다. 주 대표는 “사람에게 투여될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서 최종 제품인 세포치료제도 중요하지만 재료로서 세포주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고품질의 표준화된 세포주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주는 세포치료제로 바로 활용 가능한 iPSC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입셀은 세포주에 대한 지속적인 품질 관리와 중간평가 과정을 도입해 사람에 의한 변수를 최소화했다. 또 세포의 유전·전사체·기능 데이터를 패널로 묶어 고객이 바로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정보로 제공한다. 이처럼 체계적인 추적 관리와 품질관리에 비용과 인적자원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후에는 자동화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입셀은 오가노이드 기반 효능평가 플랫폼과 세포주 분양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다. 주 대표는 “미래를 본다면 입셀의 핵심 성장은 세포주 라이선스아웃(기술이전)과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상 단계가 진행될수록 제약사들은 안정적이고 재현 가능한 세포 공급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입셀의 세포주는 균일성과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덕분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연구지원형 매출보다 치료제 생산 지원형 매출이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iPSC 기반 신약을 개발 중인 입셀은 iPSC의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교토대와 3건 이상의 로열티 계약을 맺었다. 로열티 규모에 대해서는 명확히 공개하진 않았다. 주 대표는 “iPSC 관련 로열티 조건은 계약마다 다르고, 단계마다 복잡한 로열티 구조를 갖고 있어서 딱 얼마라고 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 공개가 쉽지 않다”며 “회사 운영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iPSC 종주국’ 일본에서 기술 신뢰성 입증

    입셀은 지난해 9월 일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이하 쇼난 아이파크)에 입주했다. 다케다 제약의 연구소를 외부에 개방하면서 시작된 쇼난 아이파크는 일본에서 최대급 신약 개발 클러스터로 손꼽히며, 18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주 대표는 “일본은 iPSC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국가”라며 “(쇼난아이파크가) 입셀에게는 일본 내 임상, 사업 파트너십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쇼난 아이파크 입주 덕에 많은 네트워크 효과를 경험했다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입셀의 해외 매출을 일으켜준 일본의 오노약품공업과 인연도 이 곳에서 시작됐다”면서 “지난해 5월 아이파크의 입주기업간 네트워크 상담이 가능하게 돼 오노약품과 미팅을 가졌던 것이 현재 입셀의 가장 큰 해외 매출로 발전할 줄은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회상했다. 정식 입주 전부터 사전 미팅을 진행하며 2023년 가을 쇼난 아이파크의 소개로 가마쿠라 종합병원을 만나 일본 임상연구시스템을 알게 된 것도 입셀에는 큰 소득이었다.

    오노약품공업과 체결한 계약은 입셀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데이터의 신뢰성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그는 “iPSC의 종주국인 일본의 유수 제약사에 입셀의 iPSC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일본 제약사들과 협상 과정에서 느낀 점도 공유했다. 그는 “일본 제약사들은 화려한 말보다 꾸준하고 일관된 데이터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모든 부분을 매우 꼼꼼하고 천천히 파악하는 경향이 있어 작은 계약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한 번 신뢰를 얻게되면 다음 계약이나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서 통 큰 양보와 배포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입셀은 일본에서는 개념검증(PoC) 단계의 공동연구를 통해 라이선스 계약으로 발전시키고 미국·유럽에서는 iPSC 세포와 오가노이드 기반 평가 플랫폼과 CDMO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주 대표는 “이번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세포주 사업, CDMO, 화장품, 재료 공급 등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일본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국제적으로 여러 가지 사업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한편 입셀은 2027년 말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 대표는 “상장 시점에 자체 매출로 회사가 운영되는 상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임상 마일스톤과 글로벌 파트너십 성과가 확실히 쌓인 뒤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