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의약품에 대해서도 곧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당장 K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의약품 제조 촉진 관련 행정명령을 서명하면서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 및 발표 시기 등과 관련한 질문에 “향후 2주 이내(over the next two weeks)에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의약품과 관련해 우리는 매우 불공정하게 갈취 당하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식품의약국(FDA)에 미국 내 제약 공장을 짓는데 걸리는 승인 시간을 단축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해당 명령에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에도 관련 승인 절차를 가속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검사 수수료 인상 △외국 제약업체의 유효성분 출처 보고 시행 개선 및 미(未)준수 시설 명단 공개 검토 등의 내용도 함께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최대 의약품 수출국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3억5900만달러(1조9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3300만달러(460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10년 새 2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품목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업체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충격 완화를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만큼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K바이오를 대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원료의약품(DS) 위주의 위탁개발생산(CDMO)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DS 비용은 실제 약가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계약 상대방이자 고객사인 제약사가 판매가격(ASP)을 인상하는 방법으로 충격 흡수가 가능하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전체 매출 중 유럽에서 비중이 65%로 가장 높고, 미국 수출 비중은 25%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의 높은 관세에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오히려 미국 내 CMO공장이 수출 대신 내수용으로 물량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은 높은 관세와 관련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총 7개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스테키마’ 등 4개 제품을 비롯해 ‘베그젤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3개의 항암제 등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 제품에 대해 1월 말 기준 약 9개월 분의 재고 이전을 이미 완료하면서 의약품 관세 충격을 최소화 한 상황이다.
다만, 셀트리온이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원료의약품(DS)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현지 CMO(위탁생산)를 활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1분기 실적은 매출액 8550억원, 영업이익 1815억원으로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1분기 실적만 관세 대응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적 영향이 예상보다 지속된다면 매출보다 매출원가율 개선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기대 중인 SK바이오팜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하면서 관세 영향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현재 엑스코프리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 제조 후 캐나다에서 벌크 태블릿 및 패키징 단계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SK바이오팜은 수년전부터 캐나다 외 추가적인 미국 내 생산 전략을 수년 전부터 추진했다. 이에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준비를 이미 완료해 FDA 허가를 받은 시설에서 필요 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
또 미국 내 약 6개월분의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어 관세 대응에 소요되는 기간 동안에도 큰 문제 없이 엑스코프리의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대부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관세 폭탄에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에서 미국 등 해외 파트너사와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진출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렉라자’가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했으며, 미국 판매 제품은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판매 수익 로열티를 받는 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의약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더 적극적인 기술이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의약품 개발 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K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후지 필름이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등 CDMO 업계 변화도 감지되는 만큼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식품의약국(FDA)에 미국 내 제약 공장을 짓는데 걸리는 승인 시간을 단축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해당 명령에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에도 관련 승인 절차를 가속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검사 수수료 인상 △외국 제약업체의 유효성분 출처 보고 시행 개선 및 미(未)준수 시설 명단 공개 검토 등의 내용도 함께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최대 의약품 수출국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은 13억5900만달러(1조9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3300만달러(460억원)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10년 새 2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 품목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업체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충격 완화를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만큼 큰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K바이오를 대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원료의약품(DS) 위주의 위탁개발생산(CDMO)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DS 비용은 실제 약가의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계약 상대방이자 고객사인 제약사가 판매가격(ASP)을 인상하는 방법으로 충격 흡수가 가능하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전체 매출 중 유럽에서 비중이 65%로 가장 높고, 미국 수출 비중은 25%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의 높은 관세에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오히려 미국 내 CMO공장이 수출 대신 내수용으로 물량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셀트리온은 높은 관세와 관련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에서 총 7개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짐펜트라’, ‘유플라이마’, ‘스테키마’ 등 4개 제품을 비롯해 ‘베그젤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3개의 항암제 등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 제품에 대해 1월 말 기준 약 9개월 분의 재고 이전을 이미 완료하면서 의약품 관세 충격을 최소화 한 상황이다.
다만, 셀트리온이 미국 관세 관련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원료의약품(DS) 재고를 미리 확보하고, 현지 CMO(위탁생산)를 활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성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1분기 실적은 매출액 8550억원, 영업이익 1815억원으로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1분기 실적만 관세 대응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적 영향이 예상보다 지속된다면 매출보다 매출원가율 개선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기대 중인 SK바이오팜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하면서 관세 영향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현재 엑스코프리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 제조 후 캐나다에서 벌크 태블릿 및 패키징 단계를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SK바이오팜은 수년전부터 캐나다 외 추가적인 미국 내 생산 전략을 수년 전부터 추진했다. 이에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준비를 이미 완료해 FDA 허가를 받은 시설에서 필요 시 즉시 생산이 가능하다.
또 미국 내 약 6개월분의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어 관세 대응에 소요되는 기간 동안에도 큰 문제 없이 엑스코프리의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대부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관세 폭탄에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수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에서 미국 등 해외 파트너사와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진출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렉라자’가 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했으며, 미국 판매 제품은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판매 수익 로열티를 받는 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이 의약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리스크를 회피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더 적극적인 기술이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의약품 개발 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K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일본 후지 필름이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등 CDMO 업계 변화도 감지되는 만큼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kim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