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은 ‘굴뚝 없는 첨단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세계 비만·당뇨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최근 국내 총생산 규모(GDP. 400조원)를 넘어섰다. 글로벌 신약 하나가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기업들도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 노력을 글로벌 기업도 지켜보기 시작했다. 홍순재 바이오북 대표를 통해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실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세부적인 방법론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홍순재 바이오북 대표] 신약개발을 비롯해 헬스케어, 의료기기 등 생명과학 영역은 학계와 의료계에서 오랜 시간 학문적인 성과에 집중해 온 연구 전문가들이 창업의 주를 이룬다. 투자자들은 그 전문성에 기대를 걸고 자본을 투자한다.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옥석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이오 창업자도 자신의 기술을 알아봐 주는 투자자를 찾는데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그토록 서로를 갈구하던 사이들의 만남은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과 자본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탓이다. 투자자는 수익과 자금회수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 창업자는 계속 기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역설하는 데 집중한다. 투자자 미팅이 파투 나는 주요 원인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수요시장이 없거나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투자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기업은 어떤 업종이든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글로벌 거래를 자문하다 보면 바이오테크 관계자들이 투자자나 라이선스 파트너의 관점과 업무 관행을 잘 몰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해외 제약사들은 세계 최초(First in class) 또는 세계 최고(Best in class)라는 수식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해당 기술이 목표로 하는 시장의 크기와 경쟁환경, 개발 투입비용과 그에 따른 예상 매출 및 이익 등과 같은 수익성 분석에 집중한다.
몇 가지 실제 사례를 보자. 단백질 설계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A사는 뛰어난 표적 억제작용과 3차원 구조연구 성과, PD-1 유전자 과발현 생쥐실험에서 항암효과가 확인돼 단백질 기반의 다중항체 치료제로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다른 다중항체 플랫폼과의 차별점을 찾지 못했고 불분명한 타깃 적응증, 환자 선택의 모호함, 기술 사업화에 대한 전략 부재 등으로 인해 사업화에 실패했다. 이 회사의 사례는 뛰어난 기술이 곧 사업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쟁환경 분석이 미흡해 기회를 놓친 경우도 있다. 면역관문 억제제를 통해 삼중음성유방암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B사는 시장 출시 시기를 2036년으로 예상했는데 지난해부터 해외 경쟁제품이 병원에 공급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사업화의 3대 요소인 정의(Definition), 예상(Forecast), 전략(Strategy)을 숙지하자. 첫째 제품과 시장에 대한 정의다. 제품의 경우 역사적으로 유사 경쟁제품을 분석하고 제품원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시장은 단순히 특정 질환의 환자 수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보험가입 비율, 소득분이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실제로 확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수 산출을 통해 정의돼야 한다.
둘째, 예상은 경쟁환경과 예상수익에 대한 것이다. 현재 경쟁기업은 누구인지 제품이 출시될 미래 시점의 경쟁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경쟁환경 예상이다. 예상수익은 위에서 언급한 제품 및 시장에 대한 정의와 경쟁환경을 토대로 구성한 연도별 분기별 수익 전망치다.
셋째, 전략은 출구전략과 비용에 대한 문제다. 유사기업의 기업가치와 인수합병가치, 기업공개 시 상장가치 등을 조사해 출구전략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출구 시 가치를 추정해 본다. 비용은 최종 개발까지 투입될 비용 산출과 관리방안, 자금 동원 전략과 시장 출시 후 운영비용을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홍순재 바이오북 대표] 신약개발을 비롯해 헬스케어, 의료기기 등 생명과학 영역은 학계와 의료계에서 오랜 시간 학문적인 성과에 집중해 온 연구 전문가들이 창업의 주를 이룬다. 투자자들은 그 전문성에 기대를 걸고 자본을 투자한다.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옥석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이오 창업자도 자신의 기술을 알아봐 주는 투자자를 찾는데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그토록 서로를 갈구하던 사이들의 만남은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과 자본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탓이다. 투자자는 수익과 자금회수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 창업자는 계속 기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역설하는 데 집중한다. 투자자 미팅이 파투 나는 주요 원인이다.
|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수요시장이 없거나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투자자에게는 의미가 없다. 기업은 어떤 업종이든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글로벌 거래를 자문하다 보면 바이오테크 관계자들이 투자자나 라이선스 파트너의 관점과 업무 관행을 잘 몰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해외 제약사들은 세계 최초(First in class) 또는 세계 최고(Best in class)라는 수식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보다는 해당 기술이 목표로 하는 시장의 크기와 경쟁환경, 개발 투입비용과 그에 따른 예상 매출 및 이익 등과 같은 수익성 분석에 집중한다.
몇 가지 실제 사례를 보자. 단백질 설계 플랫폼 신약개발 기업 A사는 뛰어난 표적 억제작용과 3차원 구조연구 성과, PD-1 유전자 과발현 생쥐실험에서 항암효과가 확인돼 단백질 기반의 다중항체 치료제로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다른 다중항체 플랫폼과의 차별점을 찾지 못했고 불분명한 타깃 적응증, 환자 선택의 모호함, 기술 사업화에 대한 전략 부재 등으로 인해 사업화에 실패했다. 이 회사의 사례는 뛰어난 기술이 곧 사업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사업화의 3대 요소인 정의(Definition), 예상(Forecast), 전략(Strategy)을 숙지하자. 첫째 제품과 시장에 대한 정의다. 제품의 경우 역사적으로 유사 경쟁제품을 분석하고 제품원가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시장은 단순히 특정 질환의 환자 수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보험가입 비율, 소득분이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 실제로 확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수 산출을 통해 정의돼야 한다.
둘째, 예상은 경쟁환경과 예상수익에 대한 것이다. 현재 경쟁기업은 누구인지 제품이 출시될 미래 시점의 경쟁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경쟁환경 예상이다. 예상수익은 위에서 언급한 제품 및 시장에 대한 정의와 경쟁환경을 토대로 구성한 연도별 분기별 수익 전망치다.
셋째, 전략은 출구전략과 비용에 대한 문제다. 유사기업의 기업가치와 인수합병가치, 기업공개 시 상장가치 등을 조사해 출구전략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출구 시 가치를 추정해 본다. 비용은 최종 개발까지 투입될 비용 산출과 관리방안, 자금 동원 전략과 시장 출시 후 운영비용을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
유진희 기자 sadend@